[이 책을 다시 한번]공부로 펼친 이민자 소년의 꿈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7분


◇샤바의 소년/아주즈 베가그 지음·강미란 옮김

얼마 전 외신에 소개된, 노숙자 출신으로 하버드대에 입학한 학생의 사연을 보면 한국이나 외국이나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의 유일한 희망은 공부인 모양이다. 2년 전에 출간한 프랑스 소설 ‘샤바의 소년’도 그런 맥락에서 기획한 책이다. 가난한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공부를 통해 꿈을 키워 나간다는 줄거리의 이 소설은 알제리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에서 훗날 프랑스 기회균등 담당 장관에 오른 아주즈 베가그 씨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알제리 이민자들이 사는 샤바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공동화장실을 써야 하는 곳이다. 아랍 아이로 무시당하며 지내는 것이 싫었던 주인공 아주즈는 프랑스 아이들보다 낫다는 것을 공부로 증명하겠다고 결심한다.

2007년 이 책은 여러모로 우리가 찾던 책이었다. 첫째로, 당시는 청소년용 책이 서점가에서 부상하던 때였다. 둘째, 우리나라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느끼는 소외감이나 정체성 혼란이 문제가 되던 시점이었다. 셋째는 재미있다는 점이다. 출간을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번역자를 섭외해 알제리 출신 이민자가 사용하는 프랑스 방언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표지에는 당시 청소년물이 지향하던 정감 있는 캐릭터 삽화를 그려 넣었다. 건강한 웃음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설 속의 여러 에피소드가 우리 정서에도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기에 중고등학생은 물론 중장년층 독자들에게까지 호응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서점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프랑스에서는 출간된 해에 ‘올해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져 크고 작은 상들을 수상했고, 현재까지 고등학교의 문학 교재로 활용되고 있는 책인데 이 책의 ‘무엇’을 놓친 걸까. 다행히 아직도 학교 도서관 납품용으로 주문은 꾸준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다.

2년 전에 비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최근에 이 책을 출간했다면 더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우리 사회가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훨씬 성숙해진 만큼, 이 책이 지금이라도 그늘진 곳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역할모델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김이금 도서출판 푸르메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