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94>百姓이 足이면 君孰與不足이며…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魯(노)나라 哀公(애공)은 흉년이 들어 재용이 부족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공자의 제자 有若(유약)에게 물었다. 유약은 徹法(철법)을 쓰라고 권유했다. 徹法이란 周(주)나라에서 백성들에게 공평하게 수확의 십분의 일을 租稅(조세)로 걷는 세법을 말한다. 徹은 通徹平均(통철평균)의 뜻이라고도 하고 관리가 직접 거두어간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애공이 10분의 2를 거두어도 부족하다고 불평하자, 유약은 이같이 말했다. 군주가 善政을 베풀어서 백성이 잘살게 되면 군주만 홀로 빈궁하게 남겨지겠느냐는 뜻이다. ‘논어’ ‘顔淵(안연)’편에 그 대화가 나온다.

‘百姓足, 君孰與不足’의 문장은 조건과 결과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君孰與不足에서 孰은 누구 誰(수)와 같다. 이 구는 ‘누구와 더불어 부족하겠는가’라고 말하여 결코 부족하지 않으리라는 뜻을 나타낸 反語法의 표현이다. 아래의 君孰與不足도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겠는가’라고 말하여 결코 풍족할 수 없으리라는 뜻을 거꾸로 나타냈다.

공자는 仁政과 德治를 중시했지만 물질적 토대를 무시하지 않았다. 백성의 경제력을 토대로 國費를 충당해야 한다는 실질 경제관을 지니고 있었다. 그 관점이 제자 유약에 의해 구체적인 언설로 나타났다. 정약용은, 유약이 ‘군주 혼자 부족하겠으며 군주 혼자 풍족하겠느냐’고 말한 것은 당시 魯나라에서 세 대부가 세금을 착취해서 公室의 비용이 부족한 현상을 염두에 두면서 徹法을 통해 그 모순을 혁파할 수 있다는 뜻을 온건하게 드러냈다고 봤다. 大經大法(대경대법)만 강조하다 보면 실질 내용을 갖추기 어렵다. 어느 때든 迂闊(우활)한 논리보다도 현실 대응의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 법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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