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름이 덥지만 그해 여름은 더 더웠고 특히 그 며칠의 더위는 유난했다. 절을 찾아가느라 길에 있어서였다. 폭염에 여섯 시간이 넘게 걸리는 절에 가려고 생각한 것은 일행 중 한 명인 외국인 친구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였다. 우리는 외국인 친구에게 잘해주고 싶었고, 그러려면 다소 멀긴 해도 돌담이 소박하고 꽃이 질박하게 핀 그 절에 함께 가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차 간격이 한 시간에 육박하는 버스를 막 놓친 터라 우리는 그늘을 찾아볼 데 없는 시골의 작은 버스정류장에 방치되었다. 실로 덥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더위였다. 햇볕은 정직해서 구부러지거나 비껴가지 않고 그대로 쏟아졌다. 도시였다면 폭염을 피할 곳을 쉽게 찾았겠지만 절을 찾아가는 길에는 그럴 만한 게 있을 리 없었다.
절이고 뭐고 더위 때문에 포기하고 싶어질 무렵, 일행 중 하나가 저 먼 곳에 구멍가게가 있는 걸 발견했다. 외국인 친구가 없었다면 밍밍해진 물로 버텼을 텐데, 한국의 더위에 익숙지 않은 그가 온몸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쉴 새 없이 땀을 흘리면서도 힘들게 지어보이는 웃음 때문에, 우리는 기력을 다해 일어나 천천히 가게로 갔다. 먼지 낀 냉동고에는 언제 들여 놓은 것인지 의심스러운 싸구려 아이스크림뿐이었지만 우리는 찬 공기에 반해 허겁지겁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차갑게 얼린 물에 소다수를 조금 섞어놓은 것 같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돌아오는 길에 타야 할 버스가 막 지나가는 게 보였지만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여전히 덥고 햇볕은 뜨거웠지만, 아이스크림 덕분에 찌는 듯한 이 더위도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은 덕분이었다.
편혜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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