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에 내린 ‘자유의 눈’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팔라초제노비오에서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을 맞아 사진작가 김아타 씨가 한지에 인쇄한 1만 장의 로마 사진을 하늘에 흩날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베네치아=연합뉴스
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팔라초제노비오에서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을 맞아 사진작가 김아타 씨가 한지에 인쇄한 1만 장의 로마 사진을 하늘에 흩날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아타 씨, 사진 1만장 뿌리기 퍼포먼스

“세계의 이미지를 한국적 정서에 담아”

“자유의 눈이 내린다!”

이탈리아 로마 곳곳의 이미지를 새긴 한지(韓紙) 1만 장이 6일(한국 시간) 베네치아 하늘을 하얗게 수놓았다. 5일 개막한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사진작가 김아타 씨(53·사진)가 팔라초제노비오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2009 가이아(Gaia·그리스 신화 대지의 여신)’. 이 퍼포먼스는 현장에 있던 관객 300여 명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자유의 눈이 내린다고 외치더라”며 “예술을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운집한 이곳에서 한국적 소재에 담아낸 세계의 이미지를 하늘 높이 뿌리며 자유로운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사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붉은 휘장을 늘어뜨린 승강기를 타고 조수 한 사람과 함께 10m 상공으로 올라가 가로 17.8cm, 세로 12.7cm의 한지 1만 장을 흩날렸다. 현장에 설치한 스피커에는 ‘밀양 아리랑’ ‘오빠생각’ ‘고향생각’ 등 한국의 음악이 은은히 흘러나왔다.

이 이미지는 김 씨가 이번 비엔날레에 전시하는 ‘인달라(因達羅·불교의 천둥신) 시리즈’의 일부다. 그는 미국 워싱턴, 러시아 모스크바,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로마 곳곳의 사진을 담은 1만 장의 사진을 모아 붙여 4개의 거대한 이미지를 구성했다.

“이탈리아에서 모은 이미지를 이탈리아 하늘에서 한국적인 정서에 담아 돌려보내는 뜻이었습니다. 처음에 한 장 한 장 날리다가 뭉텅이로 날려 보냈어요. 7분 정도 걸렸을까요. 다 끝내고 내려왔더니 미술관 큐레이터라는 한 외국인이 다가와 ‘한국의 구도자냐.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자유를 얻었다’며 와락 손을 잡더군요.”

승강기 아래에서는 이주향 수원대 교양학부 교수(46) 등 5명이 연계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교수는 오체투지(五體投地)를 반복했고, 현장에서 섭외한 다른 이들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지나는 이를 붙잡고 “당신은 누구십니까(Who are you)?”라는 물음을 되풀이했다.

김 씨는 “종이를 날리기 전 히틀러와 마오쩌둥의 집권 시절 특유의 경례 동작을 취해 ‘부당한 압제로부터의 해방’도 표현했는데 알아본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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