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도 불쌍하지 않은 댄스공연, ‘불쌍’ - 안애순무용단 신작

  • 입력 2009년 6월 1일 17시 35분


도대체 어디가 불쌍해서 ‘불쌍’일까?

‘불쌍한’ 공연 ‘불쌍’은 미안하지만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불쌍’이 아니다. 불교문화의 상징인 불상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했을 뿐이다.

LG아트센터와 안애순 무용단이 공동제작한 ‘불쌍’은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라운지 음악에 현대 무용을 접붙인 색다른 작품이다. 조금 ‘폼 잡고’ 얘기하자면 안애순 무용단이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현대한국문화에 대한 감성적 고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불상을 소재로 삼았다고 해서 무거운 종교성에 눌릴 것이라 생각했다면 ‘불쌍한 오해’이다. 불상의 신성한 이미지에서 한껏 벗어나 밝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전편을 감싸는 작품이다.

‘불쌍’은 총 4개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 Budda pops-Jumpers-Iconize-Cultural complexity가 그것. 무대 위에 놓인 다양한 부처 이미지들이 점차 원형을 알 수 없게 변해가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혼성모방 혹은 변형되는 과정을 차례로 보여준다.

이를 위해 인도의 카탁, 한국의 진도 북춤과 입춤, 중국의 전통무예 달마18수, 몽골과 일본의 민속무용이 춤의 재료로 고루 쓰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최고의 라이브 디제잉을 선보이며 팬들을 몰고 다니는 DJ 소울스케이프, 시각문화의 극단을 추구하는 설치미술가 최정화와의 협업을 통해 작품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는다. DJ 소울스케이프는 홍대 클럽 파티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과 흥겨움을, 최정화는 가면을 쓴 다양한 불상들을 무대 위에 배치시켜 작품에 재미와 유머를 더 한다.

6월25~26일 8시|LG아트센터|문의 02-2005-0114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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