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비즈 북스]넛지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4분


부드럽게 간섭하면 최상의 답 나온다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

◇ 넛지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지음·안진환 옮김 / 428쪽·1만5500원·리더스북

집을 두 채 가진 사람은 하나를 팔 때 양도소득세를 50% 내야 하고, 세 채 소유자는 60%를 문다. 이른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아파트 값이 폭등하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율의 양도세를 매긴 것이다. 이만한 세금을 내고 아파트를 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거래는 많이 줄었지만 가격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다.

이명박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정작 정권을 잡고 나서는 한나라당 내부의 반대와 가진 자를 돕는다는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갈팡질팡 혼선을 겪고 있다.

이럴 때 폐지 아니면 존속이라는 극단적인 두 가지 선택밖에 없는 걸까. 이 책의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양 극단의 선택 사이에 다른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는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 이곳에는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라는 경고의 말이나 심지어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없었다.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을 적절히 이해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그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고 훌륭한 결과를 얻어낸 것은 똑똑한 선택을 이끌어 낸 부드러운 힘, 바로 ‘넛지(Nudge)’라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자와 로스쿨 교수인 저자들은 넛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금지도, 인센티브도 아니고 사람들의 선택에 부드럽게 간섭하지만 여전히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열려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자유주의적 간섭주의라고도 한다.

이 책은 편견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들을 부드럽게 간섭해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여러 사례를 소개한다. 단지 ‘내일 투표할 거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실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넛지의 생생한 사례다. 타인의 선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에 의해 채택되었다. 저자 중 한 사람은 지금 오바마 정부에 합류해 규제정보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자들은 세계 경제위기를 몰고 온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도 넛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몇 가지를 개선함으로써 최악의 사태에 이를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차용자들이 모기지를 쉽게 찾고 판단할 수 있도록 모기지의 종류를 줄인다든지 대출 견적을 일정 기간 유효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신용카드 제도에도 넛지를 적용해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신용카드 회사들이 매년 인쇄물과 온라인을 통해 1년 동안 발생한 모든 요금을 목록으로 만들어 합산한 명세서를 발송하도록 규정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카드를 쓰면서 물어야 하는 비용을 정확히 알게 되면 신용카드를 쓰면서 결과적으로 나중에 크게 손해 보는 일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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