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38>子罕言利與命與仁이러시다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논어’ ‘子罕(자한)’의 맨 처음 章이다. ‘공야장(公冶長)’에서 자공(子貢)은 “부자의 문장(文章)은 들을 수 있으나 부자께서 성(性)과 천도(天道)를 말씀하시는 것은 들을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위의(威儀)나 문사(文辭)에 대해서는 들을 수 있었으나 공자가 性과 天道에 대해 말하는 것은 듣지 못했다는 말이다.

罕言(한언)은 드물게 말했다, 거의 말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통설에 따르면 言의 목적어는 利와 命과 仁이며, 與는 연결사다. 과연 공자는 利에 대해 그리 말하지 않았지만 知天命(지천명)을 언급하는 등, 命에 대해서는 거듭 말했다. 또 仁의 경우는 ‘논어’에서 58章에 걸쳐 언급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자한언리(子罕言利) 여명여인(與命與仁)으로 끊고, 공자가 利를 단독으로는 거의 말하지 않고 반드시 命이나 仁과 더불어 말했다는 식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통설대로 끊어도 통한다. 공자는 어쩌다 命과 仁에 대해 말했으나, 제자들이 중요하게 여겨 빠짐없이 기록했을 수 있다. 특히 仁은 그러했을 것이라고 정약용은 보았다.

송나라 때 도학가와 주자학자는 性과 命과 天道를 표방하여 이를 道學이라 불렀다. 그것은 새로운 인간학을 수립했지만 말류에 이르러 실용을 하찮게 여기게 되었다. 성대중(成大中)은 ‘청성잡기(靑城雜記)’에서 조선후기 풍토를 이렇게 비판했다. “옛날에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 등을 배웠다. 지금은 예는 통례원(通禮院)의 관리에게, 악은 장악원(掌樂院)의 악공에게, 활쏘기는 훈련원(訓鍊院)의 한량에게, 말몰이는 사복시(司僕寺)의 이마(理馬)에게, 글씨는 사자관(寫字官)에게, 산수는 호조(戶曹)의 계사(計士)에게 맡기고 학자들은 관계하지 않는다.” 공허한 학문은 큰 폐해를 낳는 법이다.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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