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가 매물로?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충무공 유물 130여점 180억원에 매입 제의” 주장에

종부 최씨 “기념사업회 일로 사진 보여줬을 뿐” 반박

충남 아산시 현충사 경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택 터 등이 경매로 나온 가운데 이순신 장군의 유물들이 암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문화재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3일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 등에 따르면 사업을 하는 전모 씨는 “지난해 6월경 이 충무공의 15대 종부 최모 씨와 그와 함께 사업을 해온 한모 씨가 이 충무공의 유물 130여 점을 180억 원에 사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사유재산인 이 충무공 고택과 이 충무공의 아들인 이면의 묘와 장인, 장모 묘소 등은 최 씨가 사업을 하다 빚을 지는 바람에 경매에 나온 상태다. 지난달 30일 대전지법 천안지청에서 1차 경매가 실시됐지만 유찰됐다.

최 씨가 매매를 제안했다는 유물은 난중일기 7점을 비롯해 서간첩 1점, 임진장초 1점 등 9점과 보물 326호로 지정된 장검 2점, 옥로 1점, 요대 1점, 각종 교지, 유서, 명량대첩비문 등 현충사와 진주박물관에 소장 중인 유물과 종손이 가지고 있던 유물까지 합쳐 130여 점이다. 전 씨는 “최 씨가 목록을 제시하며 매매를 제안해 종손의 유물에 대한 사진까지 찍었고 이를 매매하겠다는 최 씨의 위임장까지 한 씨를 통해 받았다”며 “하지만 아무리 개인 소유라 해도 이런 귀중한 유물은 국가나 재단법인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해 거래를 그만두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종부 최 씨는 “충무공기념사업회와 관련한 일을 도와준다고 해서 유물의 사진을 찍어 보여줬을 뿐”이라며 “알고 보니 기념사업회를 이용하려 해 한 달여 만에 그와 관계를 끊었다”고 해명했다. 현충사관리소 관계자는 “매물로 나왔다는 유물 가운데 국보와 보물 등은 개인 재산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에 신고한 뒤 매매는 가능하지만 해외 반출이나 현상 변경 등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등록되지 않은 충무공 관련 유물은 현황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당국은 현재 현충사나 진주박물관에 보관 중인 유물 외에 종손이 관리하고 있는 이 충무공의 유물은 종손들이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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