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9 人 9 色’ 서울풍경…‘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이혜경 외 지음/268쪽·1만 원·강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고궁의 고즈넉함과 깎아지른 듯 솟아오른 고층 건물들이 만들어낸 스카이라인의 공존, 사람들이 쏟아지는 출근길 환승역과 굴착기 소리가 시끄러운 재개발 현장까지 인구 1000만 명이 살고 있는 서울이란 도시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 만약 서울이라는 공간을 테마로 소설을 쓴다면 작가들은 어떤 곳을 선택하고, 어떤 모습에 주의를 기울일까.

이혜경 하성란 권여선 김숨 강영숙 이신조 윤성희 편혜영 김애란 씨 등 9인의 여성작가들이 이 궁금증에 답을 해줄 만한 소설집을 냈다.

이혜경 작가의 ‘북촌’에서 남자 주인공은 월급을 쏟아 부어 마련한 전셋집을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 당해 날린 뒤 빈털터리가 됐다. 연수 간 다른 친구의 북촌 집에서 잠시 살면서 가질 수도 잡히지도 않는 여자를 사랑하는 그에게 서울은 정착할 곳도, 가질 곳도, 다가설 곳도 없는 도시. 단아한 한옥 마을의 풍경과 이방인의 숨 막히는 고독이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김애란 작가의 ‘벌레들’은 가난한 신혼부부가 위태로운 재개발구역 근처의 빌라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시시때때로 울리는 공사 소리와 아무데서나 불쑥 출몰하는 각종 벌레들, 뚜렷하지 않은 공포와 불안감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거대한 도시 어디에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는 소시민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망원역 근처 다세대주택의 수상쩍고 기괴한 이웃들이 등장하는 김숨 작가의 ‘내 비밀스러운 이웃들’, 거짓말과 공갈을 바탕으로 ‘만원 도시’ 서울에 정착한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하성란 작가의 ‘1968년의 만우절’ 등을 담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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