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의 봄나들이 “연기파? 이번엔 눈에 힘 좀 뺐어요”

  • 입력 2009년 3월 30일 07시 25분


일제 강점기 흥신소 탐정역 맡아 “산들바람 같은 웃음 선사할게요”

황정민이 달라졌다. 스스로 “힘을 뺐다”고 했다. 영화 ‘달콤한 인생’과 ‘너는 내 운명’으로 스타덤에 오른 황정민의 장기는 찐한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강렬함이다.

출세작 두 편과 함께 ‘사생결단’의 악질형사, ‘행복’의 나쁜 남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까지 스크린에서 보여준 그의 캐릭터는 늘 강했다. 황정민은 그들의 탈을 쓰고 역시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새 영화 ‘그림자살인’(감독 박대민·제작 CJ엔터테인먼트)에서 황정민은 변화를 택했다. 다시 커피에 비유한다면 부드러운 카페라떼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림자살인’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탐정 스릴러다. 권력자의 아들이 실종돼 경찰은 쑥대밭이 된다. 시체를 우연히 발견한 의대생 광수 (류덕환)는 살인범으로 몰릴까 두려워 탐정 홍진호에게 진범을 찾아 달라 의뢰한다. 홍진호. 말이 좋아 탐정이지 바람난 남편이나 아내를 쫓아다니는, 요즘 말하면 뒷조사 전문 1인 심부름센터다. 홍진호는 광수와 함께 사건에 뛰어들지만,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며 더 깊은 미궁에 빠진다.

‘그림자살인’에서 황정민은 ‘너는 내 운명’처럼 눈동자의 실핏줄까지 터질 정도로 역에 몰입한 광기어린 연기를 하지 않았다.

“연기를 하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관객들이 ‘아 저 사람 지금 연기하고 있다’고 느끼는 게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말이 어렵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사실적인 연기로 남우주연상까지 받은 사람이 뭐 이런 말을. “강하게 절규하는 모습이 큰 감동을 줄 수도 있지만 역시 연기잖아요. 메릴 스트립을 보세요. 안경 너머로 살짝 봐도 감정이 다 전달되요. 연기를 안 하는 것 같은데 표현하고자 하는 게 다 전달되요. 전 아직 멀었습니다. 그런 진짜 연기에 대한 첫 도전인 것 같아요”

황정민은 2005년 ‘밥상소감’으로 유명세를 탔다. “스태프가 잘 차려준 밥상에서 밥만 잘 먹었는데 상을 탔다”며 제작진에 공을 돌린 소감이었다. 하지만 이제 황정민은 밥만 먹는 것 같지 않다. 스스로 밥상 차리기에 손을 걷어붙이고 촬영장을 누빈다.

“어느 순간 현장에서 제 나이-1970년 생으로 곧 마흔이다-가 제일 많은데, 선배라는 점은 편하기도 하지만 어려움도 있어요. 더 잘해야 해요. 왜 말만 많고 자기는 못하는 선배 있잖아요. 그럼 욕먹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해요.” ‘그림자살인’은 황정민과 함께 오달수, 윤제문 등 연기의 달인들이 함께 했다. “연기로 승부하지 말자고 했어요. 연기가 돋보일 수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잘 짜여진 스릴러 구조에 웃음도 많습니다. 살랑살랑 쾌감을 주는 맛이랄까요? 서로 영화를 위해 힘을 뺀 거죠.”

황정민은 한해 꾸준히 2∼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극이나 뮤지컬무대에도 서고 있다. “공부를 계속해야죠. 무대에 서면 얻을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막이 오르면 배우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누구도 컷을 외칠 수 없잖아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연기 해야죠.(웃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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