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음악계의 전지현 '가수 허민'을 만나다

  • 입력 2009년 3월 26일 16시 28분


허민. 1981년생홍대 불문과 중퇴, 서울예전 실용음악학과 피아노 전공데뷔앨범 2006년 1월 1집 앨범 [Vanilla Shake]  2003   제15회 유재하 가요제 대상
허민. 1981년생
홍대 불문과 중퇴, 서울예전 실용음악학과 피아노 전공
데뷔앨범 2006년 1월 1집 앨범 [Vanilla Shake]
2003 제15회 유재하 가요제 대상
발견으로서의 인디음악 감상법
지나치게 낯설기에 참신한 그녀

가수 허민(28)은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부족한 한국 대중음악계에선 일찍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통한 재원이다. 200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사랑했는지’ 라는 곡으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녀의 장점은 직접 작사와 작곡 그리고 보컬까지 소화해내는 다재다능함이다.

1집 ‘바닐라쉐이크’와 2집 ‘피아노로 그린 일기’에 실린 전 곡을 작사 작곡 노래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특히 서정적인 피아노 소리와 어우러진 그녀의 달콤한 음색은 ‘우리나라에도 이런 감수성을 지닌 가수가 있었나’ 라는 찬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참신하다.

_안녕하세요. 보통 인디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락이나 밴드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특이한 음악(발라드)을 한다는 게 오히려 낯설고 신기하기도 해요.

"아, 그런가요? 인디라는게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방향응로 자유롭게 창작한다는 듯으로 본다면 간단하게 이해될 것 같아요. 음반 시장에선 돈이 안되면 앨범으로 못나오잖아요."

_왜 하필 인디로 음악활동을 시작 했나요?

"물론 제가 처음 출발할 때 인디나, 대중음악이냐 에서 선택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만들고 싶은 음악을 솔직하게 만들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_(제 질문은) 인디라면 메이저에 편입되지 못한, 애당초 듣는 사람이 소수인 음악인데요. 허민씨는 듣기 좋은 주류 음악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솔직히 말해)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굉장히 어렵더라구요. 메이저로 간다는 것이..."

사실 '인디'라는 음악을 규정짓는 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애당초 음악 역사로 본다면 인디란 장르는 '인디 팝' 혹은 '인디 락'의 줄임말에 가깝다. 사전적으로도 인디란, 독립적인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scene)에서 볼 수 있는 대안적인 록(alternative rock) 음악을 지칭한다. 물론 음악 외적인 면도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독립 음반사와 계약을 했거나, 계약없이 활동하는 음악가를 말하기도 한다.

물론 허민씨에게는 [바닐라 쉐이크]라는 밴드의 지원이 있지만 주로 재즈풍의 발라드 곡을 무기로 삼는 그를 인디가수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신 한국적 현실을 감안해 인디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 싶다.

_ 유재하 경연대회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2003년도 1위인데요, 굉장히 큰 상 아닌가요?

"그 때 제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재학중이었고, 담당교수 께서 적극적으로 권유 하셨어요. 처음 제 전공이 재즈피아노였는데 피아노 연주보다는 가사를 써서 거기에 멜로디를 붙이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레슨 시간에 그런 곡들을 들려줬더니, 노래를 직접 해보라고 하더군요. 대회도 권하시고 해서, 데모를 제출했는데, 예선 통화 해서 본선 진출, 생각지도 못하게 대상을 받았어요. 아무리 연습을 해도 당일 컨디션이 않좋거나 하면 탈락했겠지만, 무대에서 제가 충분히 몰입해서 부르고 그 느낌이 충분히 전해진 날이이었어요."

_유재하 음악제에 대한 설명을 좀 부탁드릴께요.

"본선 무대에서는 음원 심사를 통해 예심을 거칩니다. 일단 기준은 싱어송라이터의 산실이기 때문에 본인이 작곡을 하고, 연주를 실황으로 해야 해요. 요즘은 기준이 바뀌어서, 팀원이 나올 결우. 연주와 작곡이 달라도 된다고 하더군요. 유희열씨가 심사를 하기도 했고요, 조규찬씨 유희열씨 모두 이 대회 출신입니다. "

_사무실 자료에서 찾아보니, 일본어도 하더군요.

"일본에 관심이 많아서 잠시 다녀오기도 했고, 공부도 계속 하고 있어요."

_일본어를 공부 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2007년에 잠깐 여행을 도쿄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부모님이 일본분이랑 결혼을 해서 어릴적에 다녀오기도 했거든요. 대신 어릴적에는 느낌이 확 오지는 않았고 서울과 비슷하다는 생각 정도만 했죠. 일본어도 잘 몰랐고요. 그런데 2007년에 갔을 때는, 이 나라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는 느낌이 오더군요. 정말 뜬금 없는데, 꼭 다시 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부터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제가 외국어를 좋아해서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_영어도 잘하시나요?

"영어는 학교 다닐때 좋아하고 잘했죠. 원래 전공은 홍대에서 불문과를 다녔거든요. 음악을 하고 싶어서요 서울예전으로 다시 시험쳐서 간거죠."

_서울예대로 진학할때 나이는 몇살이었나요? 불문학을 전공했었군요.

"22살이었죠. 외국어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전학을 자주 다녔어요. 첫 학교에서는 제2외국어로 러시아어를 했고, 그 다음은 독어, 대학은 불어를 하고, 나중에는 일본어를 공부하고, 영어는 다 하는 건데 결론은 유창한 것은 몇 개 안되요(웃음)"

_이 가운데 유창한 건?

"일본어가 제일 낫죠."

_1년 반 밖에 안하셨는데?

"열심이 했어요.(웃음)"

_일본 진출을 위해 따로 밑작업 한게 있나요?

"작년에 몇 번 기회가 닿아서, 일본 음악 관계자들하고 두어번 인터뷰 했고 공연도 몇 번 했어요. 라이브는 몇 번 해봤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그 쪽에서 릴리즈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싱글이든 뭐든 말이죠."

_쉽지 않은데.....게다가 일본어인데? (경쟁자도 많을테고)

"만약 활동무대를 옮긴다면 준비가 필요하겠죠. 일단은 그 이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한류스타 개념 보다는 제가 하고 있는 음악을 알리는 차원이라면 한국과 비슷합니다. 지방공연을 가서 좀 알린다는 기분으로 일본에 가서 많이 해보고 싶어요."

_전곡을 작사 작곡 하시는데, 투명한 느낌으로 풀어내시는데...., 혹시 종교 있으세요?

"네 천주교에요."

_얼굴 보고 저분은 종교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웃음) 제 느낌은 솔직하게 제 취향의 음악이 아니긴 한데, 세련된 여대생들이 싸이에 배경음악으로 걸기에 좋다는 느낌..... 게다가 무거운 주제를 다루시는 편이 아니죠. 아, 싸이용 음악이란 표현은 나쁜 뜻이 아닙니다.

"아! 네. 들었을 때 상큼하고 발랄하고 무겁지 않고 가볍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한 가지더 추가하고 싶은 색깔은,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이에요. 가벼운 느낌이어도 좋고, 제 마음이 담겨있다는 진실됨을 담고 싶었어요. 1년 뒤에 들었어도 이 노래는 정말 좋았지, 라고 회상하거나, 나중에 들어도 그래도 좋다는 느낌을 전달해 주고 싶은게 바램입니다."

_참 어려운 얘기에요. 트렌드와 관계 없이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

_일본 보컬 가운데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 우리나라 보컬도 좋고요.

"토키 아사코라고 혹시 아세요? 그분 음악이 보컬 톤이 맑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그분의 음악도 좋아하고요. 타나요코. 히사야시 조는 정말 좋아히자만, 그런 배경음악, 영화음악 잔잔한 배경이 되는 음악을 작곡해 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요? 그런데 제가 추구하는 음악에서 비슷한 음악은 토키아사코일테고요, 사실은 전체적으로는 비슷하지 않고 느낌만을 좋아하는 거고.

스티비 원더나 스팅, 가슴을 찡하게하는 음악을 좋아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음악을 놓고 봤을 때 윤종신씨가 쓴 곡들은 제가 좋아하는 멜로디와 닮아 있다. 그런 가요 많이 만들고 싶고. 제가 추구하는 면에서 롤모델이 될만한 여성은 없었어요. 제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이런 제가 만든 장르에 있어서 사람들이, 이런 음악도 있구나 하고 회자되길 원합니다."

_창법이 다르나요? 유재하 경연대회 창법과 2집이 다르던데.

"제가 사실은 제 창법이라고 의식하고 부르기엔 처음이라서 많이 부족했을 거에요. 힘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_잘 아시네요?

"유제가 가요제가 사실상 처음이었거든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른 경험이 말이죠. 그 이후에 무대에 오르다 보니 조금 낳아진 듯 싶은데.... 2집은 더 가벼운 느낌으로 부르고 싶었어요"

_처음 음반도 매력 있었어요. 아마추어처럼 담담한 느낌이 났죠. 2집 앨범인 경우에는 의식을 창법을 한 것 같았어요. 마치 연기하듯 보컬하는 느낌? 혹시 국내외 좋아하는 보컬이 있나요?

"제가 보컬에 조예가 없다. 멜로디나 가사는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음악은 김동률씨 좋아해요."

_그렇군요. 사실 비슷하다는 느낌 받았어요. 구체적인 일본 진출 계획이 있나요?

"일단 3집앨범이고요. 그거 만들어 가면서 따로 일본어로 가사블 붙일 수 있다면 일본에 시도해보고 싶다.

_영화음악도 관심이 있겠죠?

"지금은 노래에 비중이 있지만, 제가 나이를 먹고 사회적인 경험이나 많아지면 다양한 쪽으로 만들면서 사는게 꿈이에요. 지금은 제가 노래를 하잖아요. 가사를 적어서 노래를 하는데,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작곡가로서 잔잔한 영화음악 배경일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_피아노 잘친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아무래도 전공인데요."

_어릴적부터 배웠나요?

"굉장히 아주 어릴적부터 쳤는데, 제 특징은 악보 보고 치는 거 싫어했다는 거에요. 멜로디만 알고 반주 더해서 쳤고, 형식에 맞춰 치기 보다는 자유롭게 변주해서 치고 싶었어다. 남들과 다르게도 치고 싶다는 욕구가 작곡으로 이어졌고, 노래도 불러보고 싶어서 노래까지 하게 된거죠. 지금은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싱어송라이터가 아닌가 싶네요."

_그런데 본인은 싱어로서 높게 평가 안하시는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마시고요. 예를들어 정말 보컬에 공을 들이는 가수들 많거든요. 정말 열심이 연습하시고, 수련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같이 실용음악과 내에서도 보컬전공은 정말 노래 연습 많이 해요. 숨쉬는 것 하나까지 연습할 정도니. 그런데 저는 제 노래를 즐겁게 부르고 싶다는 차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 분들과 비교하기 힘들다는 뜻으호 한 표현입ㄴ디. 가수 허민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럽고....아직은 미흡한 게 사실이거든요."

이런 생각을 선배 오빠에게 털어 놓으니,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어쨌든 음악이라는 건 반주만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고, 목소리와 어우러져야 음악이다. 너의 음색과 느낌도 중요한 것이라고 해서 자신감이 든 적도 있어요.

_신해철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지만. 팬들은 "신해철 너 곡 잘쓰는거 아니까 네가 부르지 말고 남 줘라"고 말하기도 해요. 그런데도 신해철이 불렀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죠. 보컬이란 일종의 싱어송 라이터의 완성인데요.

"하신 말씀에 제 가슴에 와 닿았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왜 네가 직접 부르냐? 저도 남을 줘서 많은 사람들이 듣고, 제 노래가 세상에 많이 알려진다면. 하지만 이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거죠."

_바닐라 쉐이크란 팀과 같이 하고 계신 건가요?

"그 팀 자체가 허민이 연주를 할 때 같이 연주하는 밴드의 이름이에요. 일종의 백 밴드죠. 따로 노래가 있는 건 아니고요. 이제부터는 밴드 이름을 안쓰고 허민으로만 하려고 해요."

_홍대에서 아직 공연을 하시나요?

"프리버드에서 했었어요."

_솔직히 말해서 돈이 안되잖아요. 힘들지 않으세요?

"사실 지금은 제가 책임져야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도 충분히 어렸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수입으로 용돈으로 즐겁게 지내왔거든요. 이게 돈이 안되기도 하지만 완전 아닌 것도 아니잖아요. 저작권료. 음원, 행사 수입. 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레슨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장기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나이도 무르익었으니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만약에 한 부분에서 능력이 돼서 음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만해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큰 자본을 대서 한번에 알려져서 더 큰 수익을 내는 것도 이상적인데, 만일 그게 안된다고 느껴진다면 차선으로 계속 해나가는 것도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_음악으로 성공을 할 가능성이 없더라고 끝까지 한다?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0)는 아니잖아요. 제가 해온게 제로가 아니기 때문에. 생활비도 안된다면. 제로였을지도 모르죠. 열심이 노력을 했고, 들어주는 사람이 존재를 하고, 앞으로 다음 앨범에 용기와 위로를 받는 다면, 용기와 위로를 받을 것 같다. 사람들이 너 집어 치워라고 말했다면....제로라고 받아들였겠죠."

_사실 그렇게 말해줄 사람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실제 포기하는 사람 많잖아요. 사실 유혹을 받기도 했다. 힘들다고 생각도 했고. 하지만 더 도전하고 싶어요."

허민, 멈추지 않는 시간의 끝
그녀의 장점이 잘 드러난 곡이다

(인터뷰 2편은 내일 이어집니다)

인터넷 칼럼니스트 안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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