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석자 조사통해 “장씨 추행” 진술 확보
소속사 사무실 현장 유전자 감식도 의뢰
탤런트 장자연 씨(29) 자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술자리에서 장 씨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모 언론사 대표 A 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25일 출석한 장 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 씨(29)를 상대로 ‘장자연 리스트’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술자리서 부적절한 행동”=경찰은 사실상 장 씨 사건의 재수사를 시작한 14일 이후부터 장 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 씨(41)의 술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을 조사했다. 이 중 한 명이 최근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에 있었던 A 씨가 장 씨를 심하게 더듬는 등 추행했다”고 진술했다는 것.
경찰이 24일 “문건과 고소장에 언급된 12명 외에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한 명의 신원을 확인했다”며 “당시 상황과 추행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만큼 A 씨를 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건유출 경위 조사=경찰은 이날 유 씨를 상대로 문건 작성 및 유출 경위, 제3의 문건 존재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또 접대가 이루어진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오후 11시경 귀가한 유 씨는 “부르는 대로 나와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장 씨가) 죽은 지 너무 오래되었는데 사실 규명이 돼서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스포츠신문에 ‘왕첸첸’이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보낸 사람은 우울증 환자로 2003년부터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이라며 “수사팀이 24일 이 사람을 만났지만 장 씨와 일면식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장 씨, 출국 시도?=경찰은 이날 장 씨가 숨지기 3, 4일 전 어디론가 여권 사본을 팩스로 보낸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장 씨는 7일 숨지기 직전 여행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김 씨가 머무르고 있는 일본행을 문의한 바 있다.
장 씨가 팩스를 보낸 장 씨 집 인근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6, 7장의 종이와 여권 사본을 들고 와 팩스로 보내달라고 했다”며 “받는 쪽에서 자꾸 수화기를 들어 여권 사본만 보내고 나머지는 못 보냈다”고 말했다. 팩스 번호는 “서울이었고 5로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장 씨가 7일 오후 2시 20분경 여행사로 전화를 걸었다”며 “팩스 전송 기록을 확보해 장 씨가 문서를 누구에게 보내려 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씨는 또 지인들과의 통화에서 “(김 씨가) 나를 죽인다고 한다”며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역시 이런 정황을 파악하고 최근 장 씨와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탤런트 B 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기획사 2차 압수수색=경찰은 김 씨의 삼성동 사무실에 대한 2차 현장감식을 통해 확보한 머리카락 등 감식자료 96점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감식자료는 앞으로의 수사를 위한 기초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성남=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