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28>啓予足하며 啓予手하라. 詩云, 戰戰兢兢…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啓予足하며 啓予手하라. 詩云, 戰戰兢兢하여

如臨深淵하며 如履薄氷이라 하니

而今而後에야 吾知免夫로다, 小子여!

‘논어’ 泰伯(태백)편에 보면 曾子(증자)가 병이 들자 제자들을 불러 위와 같이 말했다. ‘孝經(효경)’에 보면 공자는 증자에게 ‘신체는 부모에게서 받았으므로 감히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증자는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임종 때 제자들에게 자기 몸을 살피게 했다.

啓는 열어젖힌다는 말이다. 予는 ‘나의’로, 나 吾와 구별된다. 詩는 ‘시경’의 小雅(소아) 小旻(소민)편이다. 戰戰兢兢(전전긍긍)은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모습이다. 如臨深淵(여림심연)은 깊은 못에 임해 떨어지지 않을까 조심하듯 한다는 말이다. 如履薄氷(여리박빙)은 얇은 얼음을 밟아 꺼지지 않을까 조심하듯 한다는 말이다. 而今而後(이금이후)의 而今은 ‘바로 지금’이고, 而後는 以後와 같다. 吾知免夫(오지면부)는 내가 형벌이나 사고로 몸이 毁傷(훼상)됨을 면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는 뜻이다. 夫는 감탄의 어조를 나타낸다. 小子는 門人들을 부르는 말이다.

‘대대례(大戴禮)’ 曾子大孝(증자대효)편과 ‘예기’ 祭義(제의)편에 보면 증자의 제자 樂正子春(악정자춘)은 마루를 내려오다 다친 발이 완쾌되었는데도 몇 달간 나오지 않았다. 제자가 까닭을 물었더니 “부모께서 낳아주신 몸을 온전하게 가지고 돌아가야 하거늘, 孝하는 도리를 잃었으므로 근심한다”고 했다. 증자가 발과 손을 살펴보라고 한 말은 그런 효성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다. 일생 자기완성을 위해 戰戰兢兢했던 성실한 자세를 말해준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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