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구차량 따라 마지막 길 배웅나온 시민들 말말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1일 02시 59분


11:50 명동성당 앞 양재삼 씨(45)
“15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나요”


“아내가 몸이 불편한데도 장례미사에 참석하고 싶다고 해서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1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추기경님과 비슷한 나이인데…. 늘 가난한 사람 편에 섰던 추기경님을 다른 종교인들과 정치인들도 본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11:55 명동성당 앞 정차석 씨(67)
“마지막 길 기록하려고 김천서 상경”


“추기경님에 대한 기록을 필름으로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짊어지고 경북 김천에서 올라왔습니다. 오늘 못 올라온 김천의 우리 성당 사람들에게 추기경님의 장례식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미사를 보고 나니 추기경님의 영혼이 하늘에서 새출발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12:10 한남대교 북단 조재기 씨(60)
“조문하지 못해서 마음 무거웠어요”


“명색이 가톨릭 신자라는 사람이 바쁘다는 핑계로 지척에 있는 명동성당에 가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방금 운구 행렬이 지나가는 걸 보면서 추기경님께서 평안한 안식을 얻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힘든 시기에 큰 어른이 돌아가셔서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12:20 만남의 광장 안경호 씨(41)
“먼발치지만 옷깃 여미고 명복 빌어”


“저는 불교도지만 추기경님 같은 훌륭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네요. 스님들도 ‘나라의 큰별이 떨어졌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저도 명동성당에 가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운구 행렬이 제 직장 앞으로 지나가서 먼발치에서나마 옷깃 여미고 명복을 빌었습니다.”
12:31 서울요금소 신민숙 씨(44)
“가톨릭 신자 아니지만 아침부터 기다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아침부터 기다렸어요. 그런데 막상 운구 행렬이 금세 지나가 버려 좀 아쉽기도 했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고인이 걸어온 길을 곰곰이 곱씹어 보려고 해요. 어떤 종교를 믿느냐를 떠나서 본받을 만한 삶을 살아오신 분이잖아요.”
12:32 서울요금소 안준권 경위(51)
“작별인사 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지구대의 전 직원이 비상근무 중입니다. 날씨도 춥고 정신없이 바쁘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 계셨던 추기경님이 가시는 길이기 때문 아닐까요. 저는 내근인 덕분에 운구 행렬을 지켜보며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12:41 수원요금소 신귀숙 씨(46)
“무거운 짐 내려놓고 편히 잠드시길”


“언제쯤 행렬이 도달할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점심시간에 지나가실 것 같아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기다렸어요. 푸근한 인상으로 늘 편안하게 해주시다가도 시대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않던 분이셨잖아요. 좋은 곳에서 무거운 짐 내려놓고 편히 잠드시길 빕니다.”
12:52 경기 용인시 이진희 씨(50)
“진리와 거짓 구분할 깨우침 주신 분”


“출근을 미루고 나왔습니다. 운구차를 보니 슬프면서도 반갑고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이 솟구치네요. 대학 2학년 때 명동성당에서 추기경님과 간담회를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추기경님의 말씀은 시대의 진리와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깨우침이었습니다.”
12:53 경기 용인시 박명숙 씨(56)
“모두가 하나, 이런 게 기적 아닐까요”


“좋은 곳으로 가시는 거니까 슬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온 국민을 하나로 묶어 놓고 가시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합니다. 추기경님의 각막 기증으로 온 나라에서 기증자가 늘어 5년 넘게 걸리던 대기시간이 단번에 4년으로 줄었다더군요. 아마 이런 게 기적 아닐까요?”


13:15 천주교 공원묘지 김승희 씨(45)
“급한 작별… 등산복 차림이라 송구”


“집에서 생방송으로 장례미사를 보다가 명동성당에서 운구차 나가는 것 보고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꼭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같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급히 나서느라 상복을 갖춰 입지 못하고 등산복 차림이라 송구스럽네요.”
13:20 천주교 공원묘지 이옥인 씨(77)
“남은 생 저도 나누며 살려 합니다”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10시 반에 도착해서 운구 행렬을 기다렸습니다. 하나도 춥지 않습니다. 추기경님을 기다리는 자리니까요. 추기경님께선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안히 쉬실 테니 기분은 좋습니다. 저도 남은 생을 주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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