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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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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탈춤은 마을굿서 나왔다
경희대 한국어학과 교수인 저자가 단군신화 같은 신화, 전설, 민담, 민속 음악, 춤, 민화, 민간 신앙의 유래와 종류, 상징을 소개한 우리 민속 입문서다. 민속 소개에 그치지 않고 우리 민속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문화 콘텐츠의 의미도 강조한다.
풍물은 마을을 지키는 신에게 공동으로 제사를 지내거나 농부들이 두레를 짜 일을 할 때 연주하는 음악이다. 풍물 중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네 가지를 빼내 실내악으로 편성한 것이 사물놀이다.
저자는 사물놀이를,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성공 사례로 꼽으면서 사물놀이의 특징이 조화의 원리라고 말한다.
금속 악기인 징(대금·大金)과 꽹과리(소금·小金)는 양(陽)을 상징하고 가죽 악기인 장구와 북은 음을 뜻한다. 꽹과리 소리가 커지면 장구 소리는 작아지고 장구 소리가 커지면 꽹과리 소리는 작아진다.
저자는 센 소리가 나며 울림이 적은 금속 악기를 ‘하늘의 소리’에, 부드러운 소리가 나며 울림이 큰 가죽 악기를 ‘땅의 소리’에 비유해 사물놀이를 자연과 인간의 소리가 합쳐진 민속으로 본다.
풍물을 농악이라고도 부르지만 저자는 농악이 일제가 만든 말이라고 한다. 풍물이 농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농악이라 불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제가 민족 말살 정책의 하나로 일본 탈놀이인 능악(能樂)의 일본어 발음인 ‘노가쿠’를 본떠 농악이라는 말을 만든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저자는 풍물 복식의 상징성에도 주목한다. 호남 지역의 풍물은 머리에 상모와 고깔을 쓰고 흰옷에 청색 황색 적색 띠를 걸친다. 경기, 충청 지역의 풍물은 흰옷에 등거리(등만 덮을 만하게 걸쳐 입는 홑옷), 잠방이(가랑이가 무릎까지 내려오도록 짧게 만든 홑바지)를 입고 검은색과 청색 더그레(조선시대에 군사가 입던 세 자락의 웃옷)를 걸치며 홍띠를 두른다. 영남 지방 풍물은 흰옷에 적색 청색 황색의 명주 띠를 두른다. 이처럼 풍물은 백색을 모체로 삼원색으로 아름다움과 정열을 상징하며 다채로운 색깔을 통해 춤을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풍물은 마을 굿에서 유래했다. 풍물 치는 것을 “굿 한다” “굿 친다”라고 부르는 말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가면극도 제천의식, 마을 굿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의 민속 해설서인 ‘동국세시기’에는 “군(郡)의 사당에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관에서 제사를 드린다. 비단으로 신의 가면을 만들어 사당 안에 비치한다”는 기록이 나온다. 가면이 마을의 수호신을 형상화하고 이 가면이 마을 굿에 쓰였던 것이다.
저자는 가면, 즉 탈은 ‘탈났다’처럼 좋지 않은 일을 의미한다며 탈(액)을 쫓아내기 위해 탈을 쓰고 쓰는 춤이 탈춤이라고 설명한다. 탈은 청색 적색 백색 흑색 황색의 다섯 가지 색을 중심으로 채색되는데, 이는 동서남북 및 중앙의 다섯 방위와 관련 있다. 온갖 곳에 몰려드는 액을 막아주는 벽사의 의미인 셈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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