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진달래꽃’ 셋째 연에 등장하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구절은 시어의 의미상 서로 충돌이 있다. ‘사뿐히’라는 부사와 ‘내리눌러 밟다’라는 뜻을 가진 ‘즈려밟고’라는 뒷말이 서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이 구절이 원래는 ‘사뿐히/즈려 밟고’가 아니라 ‘삽분히/즈려/밟고’였으며 ‘즈려’라는 부사는 ‘지레’라는 표준어의 평안도 방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남이 밟기 전 사뿐히 먼저 밟고 가시옵소서’라는 자연스러운 의미가 완성된다. 한용운 소설 연구, 이어령의 ‘저항의 문학’에 대한 메타 비평도 실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