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의 연인, 쵸쵸상이 손을 내밀다…‘나비부인’

  • 입력 2009년 2월 13일 17시 42분


마담 버터플라이.

우리에겐 ‘나비부인’으로 익숙한 푸치니의 대표 오페라작.

‘부인’이라 하니 어쩐지 중년의 여인이 연상되지만 주인공은 고작 15살의 꽃다운 게이샤 쵸쵸상이다. 게이샤라는 운명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 남자를 ‘슬프도록 지독하게’ 사랑한 여인의 스토리를 다룬 이 오페라는 서양인의 눈으로 본 동양의 정서를 ‘슬프도록 지독하게’ 담고 있다.

푸치니의 걸작 오페라 나비부인은 나비부인에 의한, 나비부인을 위한, 나비부인의 작품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소프라노는 전막에 걸쳐 거의 한 순간도 자리를 뜨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주연에 대한 의존도가 그 만큼 크다는 얘기이다.

레나타 테발디, 마리아 칼라스, 레나타 스코토, 미렐라 프레니 등 당대의 프리마 돈나들이 나비부인이 되어 차가운 서구인들의 가슴을 쥐흔들었다. 기자 역시 10대 시절 툴리오 세라핀이 지휘한 테발디의 나비부인 LP판을 들으며 홀로 눈가를 적셨던 추억이 있다.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오페라 나비부인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이 제작한 정통 나비부인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오페라단이 이탈리아로 날아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연속 매진사례와 기립박수 속에 공연함으로써 오페라 종주국에 한국 오페라를 역수출하는, 한국오페라 60년사에 길이 남을 귀중한 결실을 맺은 데 대한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화답이다.

나비부인 서울공연에서 지휘봉을 잡는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의 상임지휘자 로렌초 프라티니는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가 동양인이 바라본 서양인들의 사랑의 정서를 표현했다면, 나비부인은 서양인이 바라본 동양인의 사랑의 정서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무대를 통째로 옮겨놓을 이번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라파엘라 안젤레티와 미나 타스카 야마자키가 나비부인을 맡는다. 전형적인 ‘양키적’ 미 해군 중위로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핑커톤은 테너 마리오 말라니니와 로베르토 데 비아시오.

백남준의 영향을 받았다는 무대 디자이너 파울로 비스레리가 보여줄 무대영상기법도 마음을 끈다.

푸치니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았던 나비부인. 작곡을 하는 동안 작곡자 스스로 눈물을 흘려야 했던 비련의 여인. 생전에 아끼던 자신의 요트에 ‘쵸쵸상’이란 이름을 붙여 줄 정도로 작곡자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주인공.

올 봄, 푸치니의 연인이 우리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3월12일~15일 평일 7시30분, 주말 7시(총 4회)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 문의 서울시오페라단 02-399-1783 3만원~25만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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