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에 다시 밟는 캠퍼스… 마음 설레요”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여류소설가 김이연 씨 중원대 사회복지학부 합격

“마흔 살 이상 어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생각에 무척 설레고 기대됩니다. 세대 차이는 못 느낄 거예요. 제가 워낙 젊게 살거든요.”

여류 소설가 김이연(67·사진) 씨가 ‘09학번 새내기’가 됐다.

김 씨는 3월 개교하는 충북 괴산군 소재 중원대(총장 홍기형) 사회복지학부(아동청소년복지학 전공)에 만학도 특별전형으로 합격해 대학생활을 준비 중이다.

서울대 사범대 수학과를 졸업한 김 씨가 1965년 대학을 졸업한 지 44년 만에 다시 대학 문을 두드린 이유는 ‘공부가 하고 싶어서’란다.

“고3 때 모의고사 수학성적이 남들보다 좋았어요. 담임선생님이 수학과에 가야 한다고 해 진로가 정해졌고 대학에 갔지만 학과수업 외에는 따로 공부한 적이 없어요.”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한국은행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하다 단편소설 ‘임부’(1967년)로 동서춘추 신인상을 받았다. 1970년 단편 ‘유리벽의 찻집’으로 월간문학을 통해 문단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 49권의 소설과 에세이를 펴냈다.

그는 “태어나면서 전생에 받은 가방을 열어 (가방) 안에 있는 것을 꺼내 살아왔는데 이제는 다 썼다”며 “빈 가방을 채워 넣어야 다시 태어날 때 써먹을 수 있는데 ‘새로운 대학생활과 공부’가 바로 그 일”이라고 말했다.

전공인 사회복지 기초부터 충실히 배우기 위해 김 씨는 기숙사 생활을 하기로 결정했다. 14년간 진행하던 국군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인 ‘문화가 산책’도 지난해 11월 그만뒀다. 올 4월까지 예정됐지만 수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되도록 집이 있는 서울에도 올라가지 않을 생각이다.

김 씨는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는 상생이념이 사회복지라고 생각한다”며 “물질적인 도움이 주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복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문화 가정의 여러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다.

김 씨는 “활자보다는 인터넷을 선호하는 ‘09학번 동기’들이 책을 많이 읽도록 권하고,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를 충실히 보내도록 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장편소설 ‘타투’ 이후 펴내지 못한 50번째 책도 4년 동안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괴산=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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