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죽기 전에 꼭 봐야할 ‘기상천외’ 건축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7일 02시 58분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이야기/스즈키 히로유키 외 지음·유인경 옮김/320쪽·1만9000원·까치

느닷없는 광경이다. 르 퓌앙벌레이(Le Puy-en-Velay)라는 프랑스 중남부의 시골마을에는 변두리 들판에 85m 높이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그 꼭대기에 교회가 있다. 가파른 돌계단 268개를 올라야만 닿을 수 있는 이 교회는 건물의 위치나 높이 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독교 건축물이다. 왜 바위 위에 교회가 올라앉게 된 걸까?

상상력 뛰어난 77개 작품

원래 이 지역은 켈트인의 땅이었다. 그들의 신앙인 드루이드교는 나무나 바위, 샘을 신성한 대상으로 숭배하는데, 켈트인은 이 바위에 신성(神性)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드루이드교는 점점 기독교에 밀리기 시작했고 962년에는 켈트의 성지 위에 기독교 교회가 세워지게 됐다.

일본인 건축사가(建築史家) 5명의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건축물을 소개한 이 책은 아사히신문에 연재됐던 글을 묶어 낸 것이다. 저자들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만난 기이한 건축물 77가지를 크게 7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주위 풍경도 왜곡하는 기경(奇景)과 기관(奇觀), 도시의 기괴한 상징을 보여주는 기탑(奇塔)과 기문(奇門), 특이한 형태를 자랑하는 기태(奇態), 지적 연구를 제기하는 기지(奇智), 자신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수기(數奇), 신의 영험함을 표현한 신기(神奇), 기성 개념에 도전하는 반기(叛奇)로 꼽힌 건축물이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병산서원-창덕궁도 소개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각국을 대표하는 건축물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건축 전문가의 눈으로 본 독특한 건축물도 포함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로만 만든 노르웨이의 스타브 교회 등 서구 건축물뿐 아니라 저자가 ‘달이 머무는 건축물’로 소개한 병산서원과 ‘건축의 한류’로 꼽은 창덕궁 등 우리 건축물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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