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492년 이사벨라 여왕 스페인 통일

  • 입력 2009년 1월 2일 03시 00분


15세기 스페인은 카스티야, 아라곤, 그라나다 왕국 등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카스티야와 아라곤은 기독교 왕국이었고 그라나다는 이슬람 왕국이었다. 711년 이슬람교도들이 스페인 땅을 점령한 이후,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은 이베리아반도의 패권을 놓고 대립해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독교 세력이 이슬람 세력을 서서히 밀어냈지만 15세기에 이르기까지 그라나다 왕국은 여전히 강력한 이슬람왕조였다.

스페인을 기독교 왕국으로 통일한 왕은 이사벨라 여왕이었다.

이사벨라는 카스티야 왕국의 공주로 태어났다. 그러나 세 살 때 아버지가 죽고 이복오빠 엔리케 4세가 왕위를 계승하면서 온갖 박해를 받았다. 세고비아에서 유배생활을 했으며 열 살 때에는 공주에서 공작으로 강등됐다.

엔리케 4세와의 계속되는 갈등 속에서도 이사벨라는 엔리케의 반대를 물리치고 이웃 아라곤 왕국의 왕자 페르디난드와 결혼했다.

박해를 견뎌온 이사벨라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엔리케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사벨라는 반대 세력을 물리치고 1474년 카스티야의 왕위를 차지했다. 1479년엔 페르디난드도 아라곤 왕국의 왕이 되었다.

이사벨라는 두 왕국을 공동 통치하면서 강력한 스페인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1480년부터 그라나다 왕국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13년 동안 계속된 공격 끝에 1492년 1월 2일 이슬람교도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그라나다를 함락시켰다. 분열됐던 스페인이 781년 만에 정치적 종교적으로 통일을 이뤄낸 것이다.

당시 그라나다엔 알람브라 궁전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의 하나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사벨라의 공격으로 자칫 폐허가 될 뻔했지만 그라나다 왕이 전투를 포기하고 항복함으로써 참화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사벨라의 그라나다 함락과 스페인 통일은 스페인이 세계 대국으로 성장하는 시발점이 됐다. 이후 16세기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에 식민지들을 거느린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스페인을 통일한 이사벨라는 같은 해 콜럼버스 후원이라는 또 하나의 위업을 달성했다. 스페인으로 건너와 도움을 청한 콜럼버스의 대항해를 흔쾌히 지원함으로써 신대륙 발견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대국 스페인의 주춧돌을 놓은 이사벨라 여왕. 그는 스페인 사람들에게서 최고의 왕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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