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 이상우의 행복한 아침편지]수다쟁이 4총사의 집꾸미기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8시 16분


저희 아파트엔 저와 아주 친하게 지내는 세 명의 엄마들이 있습니다.

저까지 넷이 모여 수다를 떨다보면 아주 사소한 일로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댑니다.

얼마 전에도 언니뻘 되는 소영 엄마가 커피 마시러 오라고 수다쟁이 4총사를 긴급소집 했습니다.

얼른 가보니 소영 엄마가 거실 벽지를 고르고 있었습니다.

소영 엄마는 “어서들 와∼ 보영 엄마만 녹차고, 나머지 다 커피지?” 하며 차를 가져오셨습니다.

저는 “언니 거실 도배하게요?”하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소영 엄마가 “우리 아파트 상가에 인테리어 집 새로 들어왔잖아. 그래서 내가 슬쩍 가서 물어봤어. 네 집이서 같이하면 싸게 해 줄 수 있느냐고. 그랬더니 거실 도배, 장판하고, 물받이하고, 거실 등도 갈아주고, 오래된 스위치 교환해주고, 그렇게 해서 원래 120만원인데 90만원까지 해주겠대. 어때? 괜찮지?”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매사 똑 부러지는 민주 엄마가 얼른 “난 빼줘∼ 얼마 전에 우리 집 확장공사해서 나 백만 원 넘게 돈 들어갔어” 라고 반대했습니다.

그러자 소영 엄마가 “그럼 우리 세 집이서 하자” 하는데, 저도 선뜻 하기가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이 다 커서 그런지 생각이 없네. 언니하고 보영이네가 먼저 해봐 생각 바뀌면 그 때 할 게” 했습니다.

그렇게 보영이네랑 소영이네 두 집만 하기로 했는데, 보영이네가 먼저 도배를 한 게 어쩐지 색깔이 우중충 하고 별로였습니다. 본인이 너무 좋아하니까 딱히 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민주 엄마가 먼저 “예쁘긴 한데, 너무 어둡지 않아?”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보영 엄마는 “우리가 남향이라 햇볕이 잘 들어오잖아 그래서 괜찮아” 하는데, 전 솔직히 ‘이건 아닌데’ 싶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보영이네가 끝나고 소영이네가 도배를 하는데, 제가 바로 옆집이라 수시로 들락날락 하며 간섭을 했습니다.

슥슥 도배가 마무리 되어가고 장판이 깔리니 제법 거실분위기가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포인트 벽지가 문제였습니다. 신발장 옆과 거실 한쪽에 포인트 벽지를 바르기로 했는데, 전체 벽지와 뭔가 색깔이 안 맞고, 무늬도 너무 화려한 겁니다.

제가 “언니 이건 너무 화려하지 않아?” 했더니 소영 엄마도 “그러게. 소영이가 이 색깔하고 무늬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고르긴 했는데, 좀 따로 노네” 라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거라고 하니까 일단 붙이고, 그렇게 마무리가 됐습니다. 새로 한 도배와 장판이 산뜻한 게 저도 슬슬 하고 싶은 충동이 일긴 했습니다.

제 마음을 알았는지 소영 엄마도 “자기네는 언제하려고 그래? 빨리 더 추워지기 전에 날짜 잡아” 하는데, 저는 돈 들어갈 때가 많아서 역시 망설이게 됐습니다.

“난 내년 봄이나 할까봐” 했는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막상 이웃집들 그렇게 새집으로 싹 바꾸고 사는 거 보니 정말 부럽습니다.

내년 봄에 예쁜 거실을 기대하며 지금부터라도 허리띠 졸라매야 할 것 같습니다. 멋지게 꾸며진 집안 모습 상상하며 어서 어서 돈이 모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경기 수원 | 신미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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