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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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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초등학교 교실에 온 것처럼 유쾌하고 왁자지껄하다. 전북 임실군에서 4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올해 퇴임한 김용택(사진) 시인의 퇴직과 환갑을 기념해 49명의 지인이 십시일반 글을 모아 ‘어른아이 김용택’(문학동네)을 펴냈다.
필자로는 김훈, 도종환, 박범신, 안도현, 이해인, 정호승 등 문단을 대표할 만한 작가들뿐 아니라 소리꾼 장사익, 화가 김병종, 가수 백창우 씨 등 각계의 벗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김 시인과 얽힌 추억, 그의 소탈한 시세계와 인생관을 맛깔스러운 언어로 되짚어냈다.
지근거리에서 그를 사귀어온 문인들은 김 시인의 인간적이고 소탈한 면모를 가감 없이 폭로(?)한다.
“사실 용택이 형은 흉볼 게 많아서 그걸 다 쓰면 장편소설 한 권 분량쯤은 될 것이다. 웃음이 헤프고, 잘 삐지고, 자주 화내고, 입이 가볍고, 술은 잘 못한다.” (안도현 시인)
성석제 작가 역시 “자정도 되기 전 단호히 술자리를 파하는 그에게서 ‘원칙적이고 교과서적인 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이들은 시골 초등학교에서 올망졸망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교사로서의 삶에 충실했던 김 시인의 뚝심도 본다. 도종환 시인은 “정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로 평생을 보내고 말없이 평교사로 정년퇴임하는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나는 박수를 보낸다”며 40여 년간 한눈팔지 않고 교단에 선 것을 치켜세웠다. 박범신 작가는 “그는 이미 ‘삶의 장엄’을 얻었으니…떠난 그도 여전히 장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시인이자 교사가 아닌 아이처럼 천진한 김용택의 면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정호승 시인은 환갑을 맞은 김 시인을 향해 “내게 시인 김용택은 그냥 ‘아이 김용택’일 뿐”이라며 “놀라운 친화력으로 주변인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철저한 시골형 인간”이라고 평가했다. 이해인 수녀는 “남들이 흔히 갖는 아호도 없으신 듯 이제 섬진강 자체가 이름이 되신 선생님”이라며 “모두들 큰 도시를 선호하는 요즘, 촌에 사는 촌사람임을 스스로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 모습이 늘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