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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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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사람들은 그토록 악의적인 험담을 퍼뜨릴까? 왜 어떤 사람들은 회사 공금을 자기 집 돼지 저금통에 든 돈처럼 맘대로 이용하려 할까? 왜 어떤 사람은 수백만 명의 국민을 고의로 굶주리게 할까?”
이 책은 로마 제국 코모두스 황제의 폭정에서부터 히틀러, 스탈린 등 무자비한 독재자들과 ‘발칸의 백정’으로 불리는 밀로셰비치의 인종청소란 참극 등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악랄함에 대한 심리학, 정신의학적 연구결과들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마키아벨리주의자이든 반사회성 인격 장애인 사이코패스든 인간이 사악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유전자 문제와 뇌의 기능 부전 때문이다. 정상인의 유전자, 신경구조, 뇌 등과 사이코패스들의 그것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불안, 충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와 불안 장애 등을 유발하는 호르몬 등이 있다는 것을 밝혀 낸 것이다.
저자는 과학적 분석 결과와 함께 자기도취적 인격 장애, 정신분열 등의 증상을 보인 인물로 마오쩌둥, 히틀러 등의 생애를 언급한다. 권력에 대한 끝없는 욕구와 아집으로 성공한 일군의 마키아벨리주의자들이 종종 우상처럼 떠받들어지고 경외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잊지 않는다.
저자가 인간의 사악함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대학 등록금을 유흥비로 탕진하고 10년간 자취를 감추는가 하면 이혼한 엄마의 남자친구를 가로채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악행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언니 캐롤린의 삶이 사악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 실존했던 풍부한 사례와 인격 장애를 가진 언니와 지냈던 개인사가 함께 엮여 있어 흥미롭게 읽힌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