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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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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김C와 베이스 고범준으로 구성된 11년차 밴드 ‘뜨거운 감자’는 이름과 동떨어진 길을 걸어왔다. ‘뜨거운 감자’란 밴드 이름을 들으면 딱히 떠올릴 만한 히트곡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노래에 깔린 삐딱한 정신은 늘 차갑고 냉소적이었다. 그들의 홈페이지에는 ‘뜨거운 감자’의 음악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세상이 늘 따뜻한 것은 아니다’, 이것으로 우리 음악의 필요를 인정한다면 어떨지.”》
4인조에서 2인조로
가사에 온기 묻어나
“김C 인기에 가렸다고?
음악 좋으면 평가받아”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최근 4집 ‘감자밭을 일구는 여정’을 낸 두 사람을 만났다.
“본업 ‘뜨거운 감자’에 비해 부업인 ‘늦깎이 예능인’ 김C의 존재가 더 돋보인다”는 질문을 던졌다.
김 씨는 “반경 50m 이내의 측근들만 ‘뜨거운 감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를 업지 않고 음악만으로 승부하기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참 아쉽네요. ‘뜨거운 감자’처럼 마니아의 감성으로 세상을 살 수 없다는 게요. 잉크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린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요? 늘 흰 종이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만…. 세상은 냉정해요. 특히 가요계는 개인의 인기와 앨범의 흥행이 비례하지 않는 곳이죠. 물론 음악이 좋으면 잘될 수 있는 곳이 또 이 바닥이에요.”(김C)
4인조에서 2인조로 탈바꿈하며 낸 이번 앨범에는 과거 앨범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온기가 전해진다. 비 오는 날 김C의 여섯 살짜리 딸이 흘린 눈물에서 모티브를 딴 타이틀 곡 ‘비눈물’을 비롯해 뚜렷한 답이 없는 답답한 세상에 객관식 문제 3번 같은 답이 필요하다는 ‘수학이 좋다’, 자전거 예찬론을 편 ‘따르릉’ 등 총 10곡이 담겼다.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곳곳에 배치해 이전 음악과 차별화를 뒀을 뿐 아니라 선문답 혹은 우화 같은 가사는 한층 포근해졌다.
수록곡 ‘소라를 줍는 여정’은 원래 ‘조개를 줍는 여정’이 제목이었지만 심의와 주변 의견을 고려해 막판에 제목을 바꿨다. 심의를 의식하는 거 보니 삐딱이 정서를 포기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예전에는 에너지가 강했지만 둔탁하게 표현했죠. 지금 에너지의 강도가 달라진 건 없지만 방식은 변했어요. 과거 노래가 일간지의 스트레이트 기사 같았다면 지금은 사회면 미담기사 같아진 거죠.”
인터뷰가 끝나자 이들은 KBS2 음악 프로그램인 ‘뮤직뱅크’의 컴백 무대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했다. 얼굴에 뭔가 찜찜한 구석이 가득했던 김C가 한마디를 툭 던지며 쓴웃음을 짓는다.
“원더걸스, 빅뱅과 같이 무대에 서요. 아이돌 그룹 틈바구니 속에서 컴백 무대를 가진다는 게 참…. KBS2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젊은 층에 우리 음악을 알리는 것도 좋은 일이죠. 그렇지만 우리 때문에 못 나온 후배 가수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우리가 맞는 일을 하는 걸까요?”(김C)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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