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한국인 남편과 국제결혼을 한 그는 낯선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가출까지 했다. 시댁 가족과 남편의 설득으로 가출 49일 만에 집에 돌아온 그는 새롭게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다문화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노래를 연습하면 한국어를 빨리 익힐 수 있어요. 베트남 노래를 부를 때는 왠지 눈물이 나기도 해요. 노래를 시작한 후 얼굴이 환해졌다며 남편이 직접 연습장까지 바래다줍니다.”
어울림 합창단은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민여성 주축으로 결성된 최초의 합창단이다. 결혼이민여성 인구가 많은 구미 지역에서 올 4월 결성됐으며 이주 여성 25명과 한국 여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어울림 합창단이 여성부와 비영리민간단체 아름다운가정 만들기의 지원을 받아 순회공연에 나선다. 첫 무대는 27일 구미 동락공원에서 열리는 아시아 음식문화축제. 이 자리에서 ‘고향의 봄’ ‘마법의 성’ ‘어머나’를 율동까지 곁들여 부를 예정이다.
태국에서 온 찰루이(30) 씨는 “악보 보는 법 배우랴, 발성 연습하랴, 한국어로 노래 부르랴 힘들기도 하지만 서로 어울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달 제1회 정기 발표회를 가진 후 전국을 돌며 순회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합창단 지휘자인 김명찬 금오 오페라단 단장은 “각국의 대표곡을 알아내서 악보를 구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우리가 결혼이민여성의 문화에 아는 데 얼마나 소홀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강선혜 여성부 교류협력과장은 “올해 국내 공연을 통해 실력을 다진 후 내년에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모국을 방문해 공연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