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래 부르며 향수 달래요”

  • 입력 2008년 9월 24일 03시 00분


‘다문화 어울림 여성합창단’ 단원들이 지휘자인 김명찬 금오오페라단 단장(왼쪽)의 지도를 받으며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아름다운가정 만들기
‘다문화 어울림 여성합창단’ 단원들이 지휘자인 김명찬 금오오페라단 단장(왼쪽)의 지도를 받으며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아름다운가정 만들기
요즘 베트남 여성 푸엉(25·경북 구미시 송정동) 씨는 ‘다문화 어울림 여성합창단’ 공연을 앞두고 하루 3, 4시간씩 맹연습을 하고 있다. 오전 집안일을 마치고 합창 연습을 한 후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바쁜 일과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 한국인 남편과 국제결혼을 한 그는 낯선 한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가출까지 했다. 시댁 가족과 남편의 설득으로 가출 49일 만에 집에 돌아온 그는 새롭게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다문화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노래를 연습하면 한국어를 빨리 익힐 수 있어요. 베트남 노래를 부를 때는 왠지 눈물이 나기도 해요. 노래를 시작한 후 얼굴이 환해졌다며 남편이 직접 연습장까지 바래다줍니다.”

어울림 합창단은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민여성 주축으로 결성된 최초의 합창단이다. 결혼이민여성 인구가 많은 구미 지역에서 올 4월 결성됐으며 이주 여성 25명과 한국 여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어울림 합창단이 여성부와 비영리민간단체 아름다운가정 만들기의 지원을 받아 순회공연에 나선다. 첫 무대는 27일 구미 동락공원에서 열리는 아시아 음식문화축제. 이 자리에서 ‘고향의 봄’ ‘마법의 성’ ‘어머나’를 율동까지 곁들여 부를 예정이다.

태국에서 온 찰루이(30) 씨는 “악보 보는 법 배우랴, 발성 연습하랴, 한국어로 노래 부르랴 힘들기도 하지만 서로 어울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달 제1회 정기 발표회를 가진 후 전국을 돌며 순회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합창단 지휘자인 김명찬 금오 오페라단 단장은 “각국의 대표곡을 알아내서 악보를 구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며 “우리가 결혼이민여성의 문화에 아는 데 얼마나 소홀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강선혜 여성부 교류협력과장은 “올해 국내 공연을 통해 실력을 다진 후 내년에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모국을 방문해 공연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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