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정성 회복 최우선…문제 프로그램 폐지 검토”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저지 뚫고 취임식장으로이병순 KBS 신임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정문에서 정연주 전 사장을 지지하는 직원 40여 명의 저지를 무릅쓰고 취임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지 뚫고 취임식장으로
이병순 KBS 신임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정문에서 정연주 전 사장을 지지하는 직원 40여 명의 저지를 무릅쓰고 취임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병순 사장 취임… “적자탈출 뼈깎는 노력” 구조조정 시사

이병순 신임 KBS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KBS 재정 안정을 위한 경영혁신, 사회적 물의를 빚은 프로그램의 존폐 검토 등을 강조하면서 정연주 전 사장 재임 5년간 논란이 일어온 데 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이 사장은 “KBS는 지난 몇 년 동안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가 없거나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 온 프로그램은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전 사장 재임 시절 신설돼 특정 이념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디어 포커스’ ‘생방송 시사투나잇’ 등이 존폐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프로그램 공정성과 관련해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한다”며 “사전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게이트 키핑 제도를 마련하고 사전사후 심의를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경영 혁신에 대해서는 “적자 구조 탈피를 위해 제작비의 거품을 걷어내고 기준 이상으로 재원을 투입하는 제작진은 사후 평가하겠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뼈를 깎는 고통분담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방만 경영이라고 지적하는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개혁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적자를 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실질 권한을 본부장과 계열사 사장에게 위임해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책임 경영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또 “(정 전 사장 거취와 관련된) 조직 내 갈등을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을 통해 ‘KBS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며 “직종 간 선후배 간 갈등을 씻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 전 사장이 실시한) 팀제로 인해 적지 않은 부작용이 야기되면서 조직과 구성원의 피로감이 두드러졌다”며 “후배들은 제작 부담이 느는데도 선배들은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기회가 줄어드는 현상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KBS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 사장의 구상은 구체적 실천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수”라며 “뼈를 깎는 고통분담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이 사장이 취임식을 위해 KBS 본관에 도착하자 정 전 사장 지지 세력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측 40여 명이 출근 저지를 시도하면서 소동이 일어났다. 이 사장이 청원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취임식장인 본관 공개홀로 들어간 뒤 사측이 본관 셔터를 내리자 ‘사원행동’ 측은 청원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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