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일본인의 생활공간이었던 적이 있는가?”

  • 입력 2008년 7월 15일 17시 24분


"일본은 독도가 일본인들의 생활공간으로 지속됐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가? 그러지 못한다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박성용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15일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독도 논쟁은 독도 정복 기록이 적힌 고문헌, 독도 관련 고지도, 국제 조약을 둘러싼 논란에 집중됐다. 독도는 '영토가 돼야 할 외딴 섬'이었을 뿐 삶의 공간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접근도 거의 없었다.

박 교수가 7월 말 펴낼 예정인 '독도·울릉도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사회조직 연구'(경인문화사)는 1882년 고종이 울릉도 이주를 장려한 '울릉도 개척령'을 내린 이후 최소 120년 이상 울릉도 주민들이 독도를 실제 생활공간으로 인식하고 점유해 왔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박 교수는 현 울릉도 주민을 대상으로 10여 년간 구술 조사를 통해 민족지(민족의 생활양식 전반을 조사해 기술한 것) 방식으로 연구했다.

박 교수는 오랫동안 전승돼 온 독도 관련 방위 관념, 독도 주변 바람 지칭 어휘, 어업 관습 등을 통해 독도의 생활문화사를 고찰했다.

울릉도 주민들은 조선시대부터 독도에 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울릉도 동쪽 행남마을에서 전통 패철(방향을 나타내는 옛 나침반으로 지금은 사용되지 않음)을 동쪽으로 향하게 한 뒤 항해하면 독도에 닿는다는 사실이 전승돼 온 것. 전승 내용도 '조류가 정상이고 바람이 독도 쪽으로 불 때 패철을 동쪽으로 행하게 한 뒤 103도 방향으로 가면 독도에 도착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이었다. 행남마을은 '울릉도 개척령' 때 이주한 사람들이 집단 거주한 지역이다.

60~80세 울릉도 어민들은 북두칠성, 삼태성(큰곰자리에 있는 별)을 이용해 독도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전통적 방법으로 독도에 닿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전승돼 온 셈.

독도 주변에 부는 바람의 명칭이 울릉도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전해져 내려온 것도 눈에 띈다. 독도 동쪽에 부는 바람은 '동새', 북풍은 '북새', 서풍은 '댕갈', 남풍은 '정갈바람'이다. 또 북동풍은 '정새', 북동쪽과 동쪽 사이에서 부는 바람은 '인감풍' 등 명칭이 세분화돼 있고 바람에 따른 독도 부근 바다의 조업 조건까지 전승되고 있어 독도가 어업을 주로 하는 울릉도 주민의 생활 속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박 교수는 "이는 한반도 동남 해안 지역에서 사용하는 바람 명칭과 유사하다"며 "'울릉도 개척령' 때 이주한 사람들의 방언이 독도 주변 바람 명칭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울릉도 주민들이 독도 주변에서 고기가 잘 잡히는 어장을 '걸'이라는 독특한 명칭으로 부르고 있으며 독도 지형을 바탕으로 독도 주변의 여러 '걸'을 찾아내는 전통적 어로 방법이 전승돼 온 점도 독도가 오랫동안 울릉도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었음을 증명한다.

박 교수는 "이처럼 독도는 무인도가 아니라 한국 어민의 삶과 문화가 긴 세월 동안 형성되고 축적된 한국인의 생활공간"이라고 말했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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