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48>伯樂敎其所憎者相千里之馬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伯樂(백락)은 고대에 말을 잘 감정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흔히 인재를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敎(교)는 가르치다의 뜻이다. 敎(교) 뒤에 가르치는 대상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가르치는 내용이 뒤따르는 문장구조를 이룬다. 또 가르치다의 의미 없이 순수한 사역동사로서 ‘∼에게 ∼하게 하다’로 풀이되기도 한다.

憎(증)은 미워하다의 뜻으로 憎惡(증오)나 愛憎(애증)처럼 쓰인다. 所(소)는 동사 앞에 놓여 사람이나 사물 또는 장소 등을 가리키는 명사를 만들어준다. 所憎(소증)이나 所憎者(소증자)는 미워하는 사람이나 사물이 된다.

相(상)은 본래 살펴보는 것을 나타낸 글자로, 여기서처럼 감정하거나 감별하다의 뜻이 있다. 千里之馬(천리지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이다. 보통 뛰어난 인재를 비유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여기서는 드물게 있는 특수한 존재나 상황을 가리킨다.

백락은 미워하는 이에게는 천리마 감정하는 법을 가르치고, 좋아하는 이에게는 마차나 끌 보통 말 감정하는 법을 가르쳤다. 천리마는 어쩌다 한 번 나타나 거래되므로 그로부터 얻는 이익이 더디고, 보통 말은 매일같이 거래되어 그 이익이 빠르다는 점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특수한 상황에서만 유용한 능력은 일상에서는 쓸모가 적을 수 있다. 또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은 현실에서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겉으로는 훌륭하고 대단하게 보일지라도 그 실질적 효용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세히 따져보지 않으면 실질적인 득실을 오판할 수 있다. 구체적 능력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갖춰야할 것은,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고 실질적인 득실을 읽는 안목일 것이다. ‘韓非子(한비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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