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는 뮤지컬 노래 후렴구를 반복하듯, 뮤지컬이 얼마나 즐거운 장르인지 얘기했다. 대학 시절 ‘화학’을 전공했으나, 물리적 화학 반응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더 사랑한 탓일까? 노래로 울고 웃는 것을 좋아한다. ‘D·END’라는 학교 밴드 기타리스트였던 그는, 멤버들끼리 ‘지금’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을 꼭 하고 살기로 했다.
밴드 친구들과 곡명 ‘이지원’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공연한 전력이 있다. 친구 방에서 아날로그 테이프에 노래를 담아 2000원에 강제로 팔아넘기기도 했다. 느닷없이 치른 SBS 시험에 덜컥 합격해 예능 PD의 길도 걷게 됐다. 이 PD의 인생도 발랄한 뮤지컬 템포였다.
그가 처음으로 뮤지컬을 좋아한 계기는 10대 중학생 시절 교회 ‘문학의 밤’에서 가스펠 공연에 참여하면서다. “일단 아마추어라도 무대에서 직접 뮤지컬을 해보면 자연스레 좋아하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롯데월드 예술극장을 들락날락하며 ‘아가씨와 건달들’, ‘레미제라블’ 등을 보고 감동했다. 대학생 때는 틈나는 대로 미국 본토 뮤지컬을 보고 돌아와 중독이 돼버렸다.
이 PD가 말하는 뮤지컬 중독 ‘3단계’가 있다.
첫째, 노래가 먼저 귀에 들어온다. 한 곡이라도 상관없다. 뮤지컬은 단 한 번에 관객에게 인상을 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킬러송’이 있다. 자연스레 후렴 부분을 흥얼흥얼거린다. 계속 입 안에 맴도는 곡들이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무대’가 눈에 들어오고, 안무도 유심히 보게 된다. 그러다 결국 ‘드라마’에 몰입한다. 줄거리나 개연성, 플롯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 PD의 뮤지컬 쇼쇼쇼’는 바로 그가 경험한 3단계를 작품별로 꼼꼼히 체크한 책이다. ‘이 한 곡만은 꼭’이란 코너를 통해 잊고 넘어가서는 안 될 뮤지컬 노래를 소개한다. ‘이 PD의 별점 체크’는 무대 조명과 춤, 데이트, 비용 등 이 PD만의 엉뚱한 점수매기기를 시도했다.
예능국 PD인 만큼 재치만점 구성이 돋보인다. “예능 PD는 내가 가수 하고 싶고, 개그맨 하고 싶은데… 막상 시작은 못했고, 대리 만족이랄까? 다른 사람을 무대에 세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한다”고 그는 밝혔다. 음악을 좋아하고, 뮤지컬을 좋아했던 그는 이 참에 “뮤지컬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소년들이 발레를 하는 ‘빌리엘리어트’를 보고 결심했다. 박진영이 원더걸스의 ‘선예’를 발탁했던 SBS ‘영재육성 프로젝트’처럼 빌리엘리어트의 배우 오디션 과정을 소재로 잡을 생각이다.
“뮤지컬에 대해 사람들은 ‘비싸다. 관심을 가지고 싶은데 어렵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을 보더라도 즐겁게 보게 하고 싶었다”며 시청자를 대하는 PD의 입장에서 독자 입장을 고려했다. ‘이PD의 뮤지컬 쇼쇼쇼’는 유명 뮤지컬 작품에 대한 줄거리 소개부터 재미있게 보는 관전 포인트까지, 다양한 정보가 담겨있다.
그가 꼽는 최고의 작품은 망설임 없이 ‘레미제라블’이다. 가장 많이 보았고, 노래도 다 외운 작품이다. 사랑 고백을 못 하고 ‘레미제라블’을 본 뒤 푹 빠진 사연이 책에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볼 작품으로는 ‘김종욱 찾기’, ‘컴퍼니’, ‘싱글즈’, 장마철 우울한 사람들에게는 ‘그리스’를 추천했다.
다음주부터 본지에는 이 PD가 전하는 ‘초보자를 위한 뮤지컬 관람 요령’, ‘좌석 선택 가이드’ 등 실질적인 뮤지컬 팁이 연재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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