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선비의 노래, 정가 아시나요?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6분


23∼27일 북촌창우극장 ‘대한민국 정가축제’

“정가(正歌) 속의 여인은 대개 이런 사람이다. 아침에 푸른 새가 우니, 반가운 임이 찾아올 것 같아서, 경대를 꺼내 눈썹을 다듬는다. 드디어 사랑하는 임과 한밤을 지내게 됐을 때 여인은 별을 향해 노래한다. 제발 새벽에 샛별이 뜨지 않기를…. 그러나 그들에겐 사랑에 대한 집착과 강요가 없다.”(국악평론가 윤중강 씨)

‘정가’란 가곡 가사 시조와 같이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다. 판소리나 민요처럼 대중적이진 않지만 21세기 ‘웰빙 음악’으로 점차 다시 각광받는 음악이다. 23∼27일 서울 북촌창우극장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정가축제’가 열린다.

이번 무대에 나서는 정가 5대 명인 김영기 황숙경 변진심 이준아 조순자 씨는 모두 여류 가객이다. 선비들이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천박스럽게 여겼기 때문일까. 정가 속 여인들의 사랑은 격정적이지 않다. 사랑과 사람에 대해 곡진하고 정성스럽다. 결코 “나를 버리면 발병이 난다”며 원망과 회한으로 이별을 붙잡지 않는다. 그저 담담할 뿐이다.

“정가는 판소리나 민요, 잡가 등에 비해 절절하게 한스럽거나 흥겨워 들썩이지 않는다. 그러나 노래가 밋밋한 것만은 아니다. 어떠한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목인 듯 청아하게 뽑아내는 소리는 과하지 않게 흘러내리고, 끌어올리는가 하면, 때로는 구르고, 흔들기도 한다. 정중동(靜中動), 즉 고요 속의 움직임이란 바로 이 정가를 두고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싶다.”(국악방송 김혜경 PD)

이번 음악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인 황숙경 이준아 씨가 선보이는 창작 가곡. 황 씨는 김소월의 ‘산유화’ ‘진달래꽃’,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노천명의 ‘사슴Ⅱ’, 이 씨는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박목월의 ‘고향의 달’, 서정주의 ‘추천사’ 등에 곡을 붙인 현대 정가를 들려준다. 무료. 02-760-4699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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