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세워질 301m ‘투르 시냘’ 10개층 관통 내부광장 충격적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1분


“에펠탑 이후 가장 중요한 건축적 사건!”

프랑스 파리 시가 최근 건설 계획을 발표한 건축가 장 누벨(62)의 ‘투르 시냘(Tour Signal)’. 이 건축물은 늘 도전적인 건축을 추구해 온 누벨의 새로운 시도다. 누벨은 삼성미술관 리움의 공동 설계자 3명 가운데 1명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투르 시냘’은 파리 서부의 신개발지구 라데팡스에 세워질 높이 301m, 건축면적 14만 m²의 71층 주상복합건물. 2014년 완공되면 에펠탑(324m)에 이어 파리에서 두 번째로 높은 새 랜드마크가 된다.

예상 건축 비용은 약 6억 유로(약 9400억 원). 라데팡스의 상징인 ‘그랑 아르슈(신개선문)’에 인접해 건설되며 쇼핑몰을 포함한 비즈니스센터, 오피스, 호텔, 아파트 등 4가지 용도를 겸한다.

이 건물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라데팡스 재개발 계획의 일부다. 프랑스 정부와 자치단체로 구성된 ‘라데팡스 개발위원회(EPAD)’가 18개 후보 가운데 선정했다. 1월 발표된 최종 5개 경쟁작 중에는 뉴욕의 새 세계무역센터(WTC) 설계자인 미국 건축가 대니얼 리베스킨트의 계획안도 있었다.

누벨은 올해 3월 프리츠커상 수상에 이어 ‘투르 시냘’ 선정으로 겹경사를 맞았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하이엇재단이 그해 최고 건축가에게 수여한다.

‘투르 시냘’의 단순명료한 직육면체 외관은 2001년 9·11테러로 무너진 옛 WTC를 연상시킨다. 얼핏 봐서는 높이와 규모 외에 디자인 면에서 대단한 무엇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내부의 단면을 살펴보면 충격적이다. 한 용도로 묶인 10여 개 층을 위아래로 관통하는 4개의 대형 ‘보이드’(void·수직으로 뚫린 공간)가 디자인의 핵심. 누벨은 건물 밑단부터 비즈니스센터, 오피스, 호텔, 아파트로 나눴다. 그 각각의 일부가 위아래로 뚫려 있는 것. 4개로 구획된 건물 내부는 커다란 보이드 때문에 각각 하나의 단일 지역을 이룬다.

이 과감한 내부 디자인에서 누벨은 이탈리아 전통건축의 ‘로지아’(loggia·한쪽이 트인 회랑) 개념을 활용했다. 개인의 공간이 커다란 열린 광장을 바라보면서 통합되고 연결되는 시스템을 실내에 도입한 것.

4개의 보이드에는 아래부터 흰색 파란색 붉은색 녹색의 컬러가 강조됐다. 사용자가 하나의 건물 안에서 네 가지 색깔의 광장과 하늘을 경험하는 셈이다.

누벨은 “로지아 개념은 태양광 유입을 조절해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커다란 공간 안에 집약된 ‘투르 시냘’의 다양한 용도는 건설 후 50년을 지나면서 갈수록 혼잡해지고 있는 라데팡스 지역을 정돈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벨은 “불안정한 콜라주처럼 일관성이 없어진 현재의 라데팡스에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한종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본부장은 “장 누벨은 파리 ‘아랍문화원’에서 보이듯 테크놀로지를 강조한 디자인 속에 인간적인 감성을 녹여낸다”며 “이번 작품은 최근의 복잡한 고층건물 디자인 경향을 반성하고 기본기에 충실하려 노력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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