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혼성 보컬그룹 ‘그린티’ 5년 담금질끝 첫 음반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재즈, 은은한 차 향기처럼

여행스케치 멤버… 벨소리 사운드 담당자…

“개성파 4人 목소리 블렌딩에 취해 보세요”

맛으로 비유하면 톡 쏘는 청량음료보다 은은하면서 은근한 녹차 맛이다. 일단 듣기만 해도 긍정의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는 가사가 정신 건강에 좋고, 입가에 맴도는 멜로디가 카페인처럼 중독성 있다.

1집 ‘설레임’을 발표한 4인조 혼성 재즈 보컬그룹 ‘그린티’. 요란한 기계음이 가요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시대에 ‘그린티’는 소프라노 알토 바리톤 테너 4부가 쌓아 올리는 사람의 목소리를 악기로 연주하는 그룹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낯선 사람들’을 잇는 명품 그룹이라고 말하고, 다른 이는 한국의 ‘맨해튼 트랜스퍼’(미국의 아카펠라 재즈 그룹)라고 칭한다.

“대학로에 아카펠라 뮤지션들의 아지트가 있는데 저와 혜능이는 거기서 만났어요. 유학 갔다 와서 혼자 재즈음반도 내봤지만 왜 한국에는 ‘맨해튼 트랜스퍼’ 같은 보컬그룹이 없을까 하고 의기투합했죠. 알음알음으로 알게 된 선아와 일영이가 합세했고요.”(임경아)

5월 31일 서강대에서 만난 ‘그린티’는 팀을 결성하기까지의 사연부터 꺼냈다. 2003년 팀을 만든 뒤 첫 정규 앨범이 나오기까지 5년. 그러고 보니 중간에는 미니음반이 있었다.

“몇 년을 애써 팀을 만들었더니 가요계는 불황이더라고요. 기획사 문을 두드리다 시간 낭비만 할 것 같아 십시일반 했어요. 2006년 5곡을 홈리코딩 해서 디지털 싱글로 만들었는데 다행히 타이틀곡이었던 ‘설레임’이 입소문을 타서 든든한 제작자도 생겼네요.”(김혜능)

아직은 낯선 이름이지만 멤버 면면을 들여다보면 다들 음악 분야에서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

제9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대상 출신인 리더 김혜능(35)은 ‘스윗 소로우’ 1집 프로듀서로 활동했고, 이선아(36)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여행스케치’의 멤버였다.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 보컬을 전공한 임경아(38)를 포함해 세 명은 여러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 중. 휴대전화 회사에서 벨소리 사운드를 담당하고 있는 김일영(30)은 ‘LG 아카펠라폰’ 기획자다. 이 전화에 내장된 스웨덴 출신 아카펠라 그룹 ‘리얼그룹’의 벨소리는 그가 섭외 등을 담당했다.

앨범에는 ‘메트로폴리탄 재즈 어페어’가 새로 편곡한 ‘설레임’을 포함해 멤버들의 자작곡 10곡이 수록돼 있다. 이 외에도 ‘리얼그룹’과 ‘클라우드’ 등 해외 뮤지션들이 편곡과 보컬로 참여했다. 무겁지도 어렵지도 않은 재즈를 바탕으로 팝과 일렉트로니카까지 넘나들고 있지만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화음, 이들 용어로 말하면 ‘목소리 블렌딩’이다.

“살아온 배경뿐만 아니라 성격, 음악 취향도 제각각이에요. 그런데 4명의 목소리가 모이기만 하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가요. 우리 팀은 네 명 모두가 메인 보컬이면서 코러스예요. 개인 목소리가 개성 있게 들리기보다 하나의 목소리로 들리길 원해요.”(김일영)

‘스윗 소로우’가 활동하고 있지만 1990년대 활동한 ‘여행스케치’ ‘낯선 사람들’ 이후 국내에서 보컬그룹이 사라져 가는 것도 사실. 이들은 보컬그룹의 부재를 “노래방 문화와 개인주의”에서 원인을 찾았다.

“노래방에서는 따라 불러야 하는데 화음을 넣는 노래는 따라 부르기 힘들잖아요. 우리 노래는 우리도 부르기 힘든데요.(웃음) 다들 자기가 돋보이고 싶어 하는 것 때문일 수도 있고요.”(이선아)

팀 결성 후 한참이 지나도록 이름을 못 짓다가 습관적으로 마시고 있는 녹차를 보고 지었다는 ‘그린티’. 음악이 딱 녹차 같다고 말하니 “그린티 음악은 로하스(LOHAS)”라고 정의 내린다.

“안 그래도 우울한 세상, 우리는 사랑에 실패해서 질질 짜고 그러지 않아요. 너무 건전한가요? 그래도 한국에 건전가요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나요. 음악의 다양성 차원에서라도.”(임경아)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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