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기자연기에 머리도 못감아… 바빠 언제 연애해요?”

  • 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8분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 사회부 여기자 역을 맡은 손예진이 기자를 ‘역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 사회부 여기자 역을 맡은 손예진이 기자를 ‘역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손예진의 ‘주객전도 인터뷰’… 배우가 묻고 기자가 답하다

“전 사회부 ‘2진’인데 문화부 방송 담당 기자이면 출입처는 어떻게 도세요? 방송국 아니면 연예기획사?”

배우가 질문하고 기자가 답한다. 기자들이 사용하는 용어(2진) 등을 섞어가며 인터뷰를 한 주인공은 배우 손예진(27).

5월 14일 처음 방영되는 MBC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 사회부 신참 기자 서우진 역을 맡은 그는 동아일보 문화부 염희진 기자를 상대로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질문자(Interviewer)와 답변자(Interviewee)가 바뀐 이 ‘주객 전도 인터뷰’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손예진이 한 첫 질문. “기자들은 대체 언제 연애해요?”

▽손예진=연애할 시간이 없어서 기자들은 사내 커플이 많다는데…. 경찰서 2진 기자실에서는 남녀 기자들이 함께 지낸다면서요. 눈이 맞을 확률이 다른 직업군보다 높을 것 같아요.

▽염희진 기자=기자가 ‘바쁜 척한다’고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회부 수습기자 때는 집에 못 들어가는 날도 많아요. 큰 사건이 터지면 밥 먹듯 야근이고요. 사내 커플이 있다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거두어 주는 거겠죠.

▽손=연기하면서 이렇게 머리 안 감은 적 처음이에요.(웃음) 의상도 검은색 단벌을 고집했어요. 기자들은 옷 바꿔 입을 시간도 없다고 어두운 계열을 선호한대요. 이번 드라마에서 예쁘게 보일까 하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해요.

▽염 기자=저도 수습 때 3일 동안 참다 못해 경찰서 이발소에서 머리 감은 적 있어요.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손=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죠? 극중 서우진은 자양강장제와 우루사를 입에 달고 살던데….

▽염 기자=지난해 겨울은 ‘흑염소 한 마리’로 버텼어요.

▽손=어머, 저도 평소 먹던 흑염소가 몇 봉지 안 남았는데….(웃음) 요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와 드라마를 함께 촬영하다 보니 체력이 달려요. 원래 겹치기 출연은 절대 안하는데 드라마 대본을 읽는 순간 서우진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나저나 드라마를 감수하는 한 기자는 여기자가 여자이기를 포기한대요. 그렇게 외모에 신경 안 쓰면 남자들이 좋아할까요? 여성스러운 기자는 정말 없어요?

▽염 기자=추세가 바뀐 게, 요즘은 여성 특유의 친화력으로 단독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있어요.

▽손=그럼 눈물은 어떻게 참나요. 1회에서 서우진은 모텔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서 유족들과 인터뷰를 해요. ‘이건 연기인데…’ 하면서도 자꾸 눈물이 나는 거예요. 감독님한테 여쭸어요. 기자도 인간인데 눈물을 글썽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요. 감독님은 기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는 게 아니래요.

▽염 기자=마음으로 울죠. 취재를 하다 보면 죽음을 목도하는 일이 많은데 감정을 드러내면 취재가 안 되잖아요. 그러나 어떤 고민도 없이 냉정하기만 하다면 그건 기자가 아닌 냉혈한 아닐까요.

▽손=기자들 사이의 특종 경쟁은 익히 들었지만, 같은 회사의 동료들끼리도 경쟁심이 심한가요? 연기자들은 항상 겉으로 웃고 있어도 서로 간의 경쟁심은 엄청나거든요. 전 다른 직업은 안 그러는 줄 알았어요.

▽염 기자=회사를 떠나 기자는 결국 바이라인(기사 끝에 나오는 기자 이름) 하나로 얘기하는 거예요. 예진 씨는 ‘깡’이 있어서 기자를 해도 잘할 것 같아요.

▽손=시켜준다고 해도 못해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하는 거겠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실마리 하나에 매달려 사건을 파헤치고 데스크에게 깨지고, 늘 진실만을 얘기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진실이 과연 진실인지, 진실이란 게 정말 있는 건지도 모르는 게 기자라고.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해요. 그런 기자의 속내까지 녹여내야 하는 기자 연기가 참 어려워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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