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달콤한 베토벤… 차분한 베토벤

  • 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44분


최근 소니BMG와 베토벤 음반 발매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 씨 내한공연

영국에 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30·사진) 씨가 최근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인 소니BMG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을 냈다. 김 씨는 요요마, 머리 페라이어, 조슈아 벨, 미도리 등이 소속된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 본사와 계약한 최초의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다.

2000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주세페 시노폴리가 지휘하는 드레스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공연을 가졌던 그가 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21일 서울시 홍보대사로 임명된 그는 28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천원의 행복’ 콘서트에서 금난새가 지휘하는 유라시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음악 연주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홍보하라는 요청을 받고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매된 앨범에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소나타 7번이 담겨 있다. 협주곡은 앤드루 데이비스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고, 소나타 7번은 피아니스트 이언 브라운과 호흡을 맞췄다. 김민진은 “베토벤의 음악은 문학처럼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그가 남긴 일기와 악보, 괴테와 주고받은 편지 등을 읽으며 그의 깊은 철학과 정신세계에 다가서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앨범에 대해 영국의 음반잡지인 그라모폰은 “달콤하고 때로는 차분한 음조로 경건한 베토벤을 연주했다”고 평했다. 특히 2악장에서 김민진의 바이올린은 끊어질 듯 섬세한 억양으로 작곡가의 깊은 내면세계를 그려 나간다.

“베토벤의 협주곡은 영웅적이면서도 고요한 감성이 지배하고 있어요. 열정적인 순간과 대비되는 느린 악장이 핵심이지요. 바이올린 협주곡은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2악장, ‘비창’ 소나타와 마찬가지로 작곡가의 기도와 명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세 살 때 영국으로 건너간 김민진은 일곱 살에 영국 퍼셀음악학교에 최연소로 입학했고, 16세에 영국 왕립음악원에 입학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루지에로 리치를 사사한 그는 13세에 베를린심포니와 협연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그의 절제된 테크닉과 지적인 음색에 대해 유럽 클래식 관객들은 ‘위엄(dignity)’이란 단어로 찬사를 보낸다. 그가 연주에 사용하는 1696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도 영국 팬이 영구 임대해 준 것이다.

그는 7월 영국 위그모어홀에서의 독주회, 로열페스티벌홀에서 필하모니아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2012년까지 스케줄이 이미 잡혀 있다고 했다. 그렇듯 바쁜 그의 취미는 뭘까. 그는 뜻밖에도 ‘당구’라고 답했다. “어릴 적부터 집에 당구 테이블이 있어서 아빠와 함께 당구를 즐겼어요. 스트레스도 풀고 집중력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됐지요.” 세종문화회관 28일 오후 7시 반. 02-399-111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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