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특별한 감정 공유… 기타는 내 친구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 내달 내한공연 갖는 싱어송 라이터 캐런 앤

‘I like to hear but not to listen, I like to say but not to tell. I'm not going anywhere.(나는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듣지 않고,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말하지 않네.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 어디에도 가지 않지만 어디든 갈 수 있다. 나지막이 읊조리는 목소리,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소박한 부유를 꿈꾸는 사색적인 가사, 단출한 기타 선율이 빚어내는 멜로디…. 2004년 한 이동통신사 광고 음악을 통해 우리 귀에 익숙해진 ‘낫 고잉 애니웨어’는 제목과는 반대로 누구나 마음 속에 감추어 뒀던 방랑 욕구를 자극했다.

○ 속삭이는 창법은 쳇 베이커 트럼펫 연주에서 영감

‘낫 고잉 애니웨어’를 비롯해 ‘엔드 오브 메이’ ‘라잇 나우 앤드 라잇 히어’ 등으로 알려진 여성 싱어송라이터 캐런 앤(34)이 5월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진다. 내한을 앞두고 “어디에도 가지 않은 채 길에서 살고 있다”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지난해 투어가 시작되며 길에서 살고 있어요. 미국에서 일을 하게 되면 뉴욕에 살지만 유럽에서 녹음할 땐 파리에 살죠. 아, 쉬어야 할 때는 이스라엘에 둥지를 틀고요.”

그는 태생부터가 흥미롭다. 러시아계 이스라엘인 아버지와 네덜란드계 인도네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구사할 줄 아는 언어만 네덜란드어 히브리어 프랑스어 영어 등 4개 국어. 10대부터 작곡을 시작한 그녀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철학 심리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다양한 이력만큼 앨범도 ‘다국적’이다. 2000년, 2002년 프랑스에서 낸 2장의 프랑스어 앨범 이후 2003년 첫 영어앨범인 ‘낫 고잉 애니웨어’ ‘놀리타’(2004년) ‘캐런 앤’(2007년) 등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다. 창백한 얼굴, 가녀린 어깨에 둘러맨 어쿠스틱기타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 아홉 번째 생일날 기타를 손에 쥔 이후 그와 기타는 ‘특별한 감정을 공유하는 최고의 친구’가 됐다. 그렇게 자신의 ‘친구’와 대화하는 도중 ‘본능적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히트곡인 ‘낫 고잉 애니웨어’.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기타를 쳤는데 그게 노래가 됐다”고 말했다.

○ 詩같은 가사? 뮤지션의 외로움이 묻어난거죠

그는 절대로 힘주어 노래하는 법이 없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창법은 바로 쳇 베이커의 트럼펫 연주에서 영감을 얻었다. “트럼펫을 통해 음악을 ‘속삭이는’ 그의 연주는 너무 강렬해요.” 뿐만 아니라 빌리 홀리데이,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세르주 갱스부르 등의 음악을 “자신의 학교”였다고 표현했다.

마치 한편의 시 같은 가사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는 뮤지션의 숙명인 외로움이 자연스레 드러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모든 뮤지션은 조금씩 외로움을 갖고 있어요. 노랫말을 짓고 곡을 쓰는 건 뮤지션들에게 아주 소중한 외로운 시간들이죠. 그래서 제 창작물엔 그런 외로움과 우수가 묻어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제 일상이 외로운 건 아니에요.”

그의 내한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음반 홍보를 위해 2004년 서울과 부산을 들렀던 그는 당시 한국의 광고에서 자신의 노래가 많이 쓰인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그저 “한국에 좋은 에이전트를 만난 덕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첫 공연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그가 짧게 답했다.

“편히 등을 기대고 앉아 느긋하게 음악을 즐기시길.” 공연 문의 02-2005-0114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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