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달과 토끼가 다툰 얘기 아니?… ‘마디바의 마법’

  • 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7분


◇마디바의 마법/넬슨 만델라 엮음·나탈리 힌리치센 등 그림·장미란 옮김/184쪽·1만5000원·달리(초등 1∼3년용)

만델라 전 남아공대통령이 엮은 아프리카 설화

“지금부터 들려주는 이야기가 진짜라고 말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아프리카 아샨티 족의 이야기꾼들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운을 떼는 말. 진짜라기엔 너무 환상적이고 재미있다.

‘마디바의 마법’은 만나기 쉽지 않았던 아프리카의 옛 이야기 32편을 엮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엮은 사람은 넬슨 만델라(사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 아동기금(NMCF)’을 만들어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후원하는 일에 앞장설 만큼 어린이를 귀하게 여기는 그다. 제목의 ‘마디바’는 만델라의 출신 부족인 남아프리카 코사 족에서 존경받는 어른을 일컫는 존칭. 오늘날 남아공에서는 만델라의 별칭으로 불린다고 한다.

어떤 일화는 세상의 구전 설화들이 서로 통한다는 명제를 확인해 준다. 자연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아프리카 고유의 상상력을 발휘한 부분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가령 ‘달님이 전하는 소식’이 그렇다. 오랜 옛날, 자기 모습이 사라졌다가도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인간 세상에 알려주고 싶었던 달은, 진드기에게 이 얘기를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문제는 진드기가 시력이 안 좋았다는 것. 염소에게 달라붙어 인간 마을에 가겠다는 원래의 계획과 달리, 눈이 나빠 그만 사막꿩한테 붙어 버렸다. 사람이 사는 마을에 가는 게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느라 실패했다. 그날 밤 다시 시도했지만 역시 안 좋은 눈 때문에 진드기는 겜스복(남아프리카 남부에 사는 소)에 올라타고 만다. 마을에 가지 않고 풀만 뜯고 다니느라 다시 실패했다. 심란해진 진드기가 산토끼한테 고민을 털어놓자, 달님한테 귀여움을 받겠다는 욕심에 불탄 산토끼가 나서서 마을로 달려간다. 그런데 산토끼, 뭘 전해야 하는지 까먹어 버렸다. 달은 화가 나서 산토끼한테 나무토막을 집어던졌고, 산토끼는 옆에 있던 모닥불의 잿더미를 집어던졌다는 이야기. 산토끼의 윗입술이 갈라지고, 밤하늘의 달이 얼룩덜룩한 무늬를 가진 연원을 알려주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밀림에서 가장 멋진 동물을 찾다 보니 표범에서 사자로, 코끼리로 남편을 바꾸다가 결국 사람 옆에서 살게 되었다는 고양이(‘집 안으로 들어온 고양이’), 염소가 사자 왕에게서 선물로 수염을 받았는데 옆에 있다가 얼떨결에 자기까지 수염을 받게 된 암염소(‘사자 왕의 선물’) 같은, 낯설고 진기한 판타지들은 흥미롭고도 신기하다.

아프리카가 기아와 가난의 땅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이야기의 땅이라는 것을 확인해 준다. 16, 17세기 네덜란드가 남아프리카를 점령했던 과거(‘반 헝크스와 악마’), 아프리카에 스며든 이슬람 문화(‘늑대여왕’ ‘술탄의 딸’) 등을 이야기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색깔이 화려한 그림도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만델라는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이야기가 지닌 마법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능력을 갖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동물의 지혜, 이야기꾼의 유머, 삶의 교훈 등 한 편 한 편에 즐길거리들이 풍성한 이야기 모음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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