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人生을 추리하다…‘셜록 홈즈의 마지막 날들’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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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마지막 날들/미치 컬린 지음·백영미 옮김/328쪽·9000원·황금가지

《현대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들이 셜록 홈즈와 코난 도일에게 바치는 헌정작의 하나.

셜록 홈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만한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소설을 쓴 미국의 미치 컬린은 어린 시절부터 홈즈에게 매료돼 홈즈처럼 귀덮개 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물고 다니면서 스스로를 ‘셜로키언’이라 불렀던 작가다.

이 소설은 93세가 된 노년의 홈즈 이야기다.》

코난 도일은 홈즈가 탐정의 현역에서 은퇴한 뒤 영국 런던을 떠나 서섹스에서 벌을 치는 양봉을 한다는 암시를 주면서 소설을 마무리지었다.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서섹스에서 40여 년간 양봉 일을 하면서 일벌에 정확히 7816방을 쏘였던 홈즈. 그러던 어느 날 전기 작가인 친구가 기억 속에 남은 사건을 정리하는 글을 쓸 것을 홈즈에게 권한다. 이 소설은 양봉 일을 하는 홈즈의 일상에 대한 내용과 재구성한 과거 사건의 내용이 서로 교차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액자소설이다.

홈즈가 정리한 한 편의 사건은 이렇다.

1902년 봄, 켈러라는 젊은이가 홈즈를 찾아왔다. 켈러는 두 차례의 유산을 겪은 자신의 아내가 심각한 정신 불안 증상을 보이자 이 문제 해결을 홈즈에게 의뢰한 것이다. 켈러는 특히 아내가 다니는 음악교습소를 의심했다. 아내가 왜 글라스 하모니카(크기가 다른 유리컵에 물을 넣고 젖은 손으로 컵의 가장자리를 문질러 소리는 내는 악기)를 배우는지, 혹시 교습소 주인이 아내를 학대해 정신 불안을 가져온 것은 아닌지.

홈즈의 추리와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미처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켈러의 아내는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다. 정신 불안으로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 아니면 글라스 하모니카 관련 도구의 납 성분에 중독돼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교묘한 살인이 아닌가.

명탐정 홈즈의 놀라운 추리력은 절정으로 향한다. 몸은 늙었지만 날카로운 관찰력과 통찰력을 통해 홈즈의 신화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작가는 암시한다.

그 다양한 추론이 끝나고 홈즈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그 결론이 색다르다.

“켈러의 아내는 미친 적도 아픈 적도 없었고, 정신이상이 될 만큼 절망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인간 방정식에서 그냥 자신을 빼내 존재하기를 그친 것이다.”

코난 도일의 소설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결론. 40여 년 동안 서섹스 전원에 파묻혀 자연과 함께 지냈기 때문일까. 인간 홈즈의 면모가 한결 부드럽고 여유롭게 묘사되어 있다. 더 철학적이고 사색적이기도 하다.

홈즈의 신화를 계속 이어가되 노년이 된 홈즈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고자 한 저자의 의도가 재미있게 다가온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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