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보러 뉴욕갔다가 패션에 빠졌죠”

  • 입력 2007년 11월 2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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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디자이너 변신 ‘뮤지컬’ 가수 임상아 방한

"내 삶을 그냥 내버려둬~"로 시작되는 '뮤지컬'이란 곡. 1996년 발표된 이 곡은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노래방에서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다. 노래는 남았지만 이 곡을 부른 가수 겸 탤런트 임상아(34)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러자 "글쎄요, 전 지금이 더 좋은데요?"라며 털털하게 웃는 그. 뭔지 모를 자신감이 배어 나왔다.

1998년 연예 활동을 접고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그가 9년 만에 자신이 직접 만든 핸드백을 들고 나타났다. 연예인이 아닌 핸드백 회사 '상아(Sang-a)'의 대표이자 디자이너로 그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로 3회 째를 맞는 이 시상식은 촉망받는 신인 디자이너를 발굴해 재정 지원을 하는 행사. "사업적 역량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상아'의 상품 가치와 디자이너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 여자 나이 서른 넷. 제 2의 인생을 사는 그를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변한 건 없었다. 다소 서툴러진 한국말을 빼놓곤.

"저도 변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활발하고 유난스러워요. 솔직히 디자이너가 된 지금이 더 좋은데요? 과거 연예인도 좋아서 한 일이지만 제 스스로 즐기지 못해 늘 허전했어요. 그래서 1998년 모든 일을 뒤로 하고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정했죠."


▲ 촬영 : 동아일보 김범석기자

1995년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가수로 데뷔, '뮤지컬', '저 바다가 날 막겠어' 등을 히트시켰다. 1998년 3집 앨범을 발표할 때 쯤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뮤지컬 관련 오디션을 받던 중 돌연 미국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 패션 비즈니스 학과에 입학,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2년 수료 후 제가 좋아하는 핸드백부터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죠. 매니저 없이 혼자 모든 걸 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리 어려운 결정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언어가 달라 외국인들로부터 무시당하고 하루에도 눈물을 머금는 일이 수십 번이었죠. 그 때마다 손으로 절 꼬집으며 참았죠."

유학 생활 7년 만인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딴 핸드백 브랜드 '상아'를 미국 뉴욕에서 런칭했다. 악어, 타조 등의 소재와 이국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은 그의 핸드백은 2년 만인 현재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에 30개 매장에 진열돼 있다. 국내에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에 입점된 상태다. 그는 "유럽은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고 미국은 소박하고 실용적인 미를 강조하는 등 나라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차별화 했다"고 말했다.

2001년 미국인 음악 프로듀서와 결혼한 그는 현재 네 살 난 딸을 두고 있다. 사업가이기 이전에 아내이자 엄마다. 그는 스스로를 '0점 엄마' '0점 아내'라고 말하지만 인생에 있어선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며 제 2의 인생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앞으로 의류, 보석, 향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인 그는 지금도 노래방에서 '뮤지컬'이 불려지는 것에 신기해했다. 남편과 함께 음반도 발표할 거라는 얘기도 전했다. 꿈을 이룬 그는 시간이 갈수록 '뮤지컬' 가사처럼 사는 듯 했다.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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