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안 부러운 ‘케이블 퀸카들’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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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연극학과에 재학 중인 서영은 노출 연기에 대해 “초반에는 부담이 됐으나 내 연기를 더 보여 줄 수 있는 발판이라고 여겼다”며 “섹시 이미지로 얻은 관심을 토대로 개성있는 연기 세계를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OCN
중앙대 연극학과에 재학 중인 서영은 노출 연기에 대해 “초반에는 부담이 됐으나 내 연기를 더 보여 줄 수 있는 발판이라고 여겼다”며 “섹시 이미지로 얻은 관심을 토대로 개성있는 연기 세계를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OCN
■ 케이블 전문배우 전성시대

조선 숙종 시대, 한 고관의 생일잔치가 기방에서 열린다. 기생 ‘매창’(서영)은 가야금 소리에 맞춰 고혹적인 춤을 춘다. 매창이 저고리 옷고름을 푸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양반들은 넋이 빠진다.

20일 밤 12시 처음 방영되는 케이블채널 OCN의 10부작 사극 ‘메디컬 기방 영화관’(19세 이상 시청가)의 한 장면이다. 기방을 배경으로 기녀들이 펼치는 의술과 방중술(房中術)을 다룬 이 드라마는 시청자뿐 아니라 케이블 관계자들에게도 관심이 높다.

매창 역을 맡은 탤런트 서영(23)이 연기하는 이 장면의 ‘순간 시청률’이 얼마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서영은 지상파에선 볼 수 없으나 요즘 케이블 TV에서 인기 가도를 달리는 ‘케이블 스타’로 통한다.

○ 케이블에서만 볼 수 있는 그대

서영처럼 ‘케이블 드라마’로 명성을 얻는 ‘케이블 전문 배우’가 늘고 있다. 육감적 몸매로 일명 ‘착한 가슴’이란 별명을 가진 서영이 대표적인 사례. 서영은 지난해 지상파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MBC)에서 조연으로 출연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시청자 반응이 달라졌다. ‘키드갱’ ‘이브의 유혹’(이상 OCN) ‘색시몽’(채널 CGV) ‘메디컬 기방 영화관’ 등 올해에만 케이블 드라마 4편을 포함해 ‘트루 스토리 레드아이’(YTN 스타) ‘서영의 스파이’(슈퍼액션·내년 초 방영 예정) 등 6편의 케이블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할 예정이다.

온미디어 콘텐츠 사업국 제작2팀 박호식 팀장은 “시청률 1%만 넘어도 성공인 케이블에서 서영이 출연하면 시청률이 1%포인트 이상 오른다”고 말했다. 서영이 출연한 케이블 드라마들은 최고 시청률 3.5∼3.9%를 기록했을 정도다.

서영 외에 케이블 드라마로 지명도를 얻은 배우들은 정예리 김세인 김인서 진서연 김지우 등이다. 이들은 영화나 지상파TV 드라마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김세인은 ‘동상이몽’(OCN) ‘도시괴담 데자뷰’(슈퍼액션) ‘메디컬 기방 영화관’, 김인서는 ‘가족연애사 2’ ‘직장연애사’(이상 OCN), 진서연은 ‘이브의 유혹’(OCN) 등 케이블 채널 드라마에 출연했다.

○ 케이블 스타 시대 열리나?

한때 ‘케이블에 출연하면 한물갔다’는 인식이 팽배했으나 이젠 달라졌다. SBS ‘내 남자의 여자’ 출연 뒤 케이블 드라마 ‘8일’(채널 CGV)에 출연한 김상중은 “장기적으로 한국도 미국처럼 드라마를 케이블이 주도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젠 지상파냐 케이블이냐를 따지지 않고 작품을 보고 선택한다”고 말했다. 서영도 “지상파는 연기 스타일의 전형이 정해져 있지만 케이블은 신인배우로 더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고 연기하기도 더 편하다”고 말했다.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 출연료의 차이는 크다. 지상파 A급 배우는 편당 3000만∼5000만 원을 받지만 케이블은 A급이 500만∼1000만 원을 받는다.

이들 케이블 드라마 스타의 특징은 지상파에서 볼 수 없었던 ‘섹시 코드’와 파격이다. 서영의 경우 육감적 몸매로 ‘착한 가슴’을 강조했고,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 씨’(tvN)의 주연인 김현숙도 ‘불의를 참지 못하는 독한 독신녀’라는 파격 이미지로 인기를 다졌다. 케이블 스타들은 시청률은 낮지만 화제면에서는 지상파 스타 못지않아 뉴미디어에 익숙한 20, 30대 유행 주도층 사이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베드신 등 선정적인 노출, 과장스러운 엽기 행각 연기에 의존해 시청률을 높이려 한다는 비판도 받고있다.

CJ미디어 콘텐츠개발팀 안상휘 팀장은 “신인들이 케이블 드라마 전문스타로 발굴되고 지상파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기 어려운 중견 배우들의 출연이 활발해지면서 케이블을 무대로 활동하는 배우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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