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연희 디지털로 완벽 보존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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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기 여주군 세종대왕릉에서 중요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 김대균 씨가 ‘전통연희 디지털 사전’ 영상을 위해 기본 잔노릇(동작)을 보여 주고 있다. 여주=윤완준 기자
11일 경기 여주군 세종대왕릉에서 중요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 김대균 씨가 ‘전통연희 디지털 사전’ 영상을 위해 기본 잔노릇(동작)을 보여 주고 있다. 여주=윤완준 기자
탈춤 줄타기등 9가지 중요무형문화재 멀티미디어에 담아

중요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 김대균(40)씨가 외줄 위로 사뿐사뿐 걸어 올라간다. 세 대의 비디오카메라가 김 씨의 몸짓을 따른다. 들고 있던 부채를 쫙 펴는 모양새가 금방이라도 한바탕 신나게 놀 태세지만 김 씨는 차분히 카메라를 보며 설명한다.

“보여 드릴 잔노릇(동작)은 쌍홍잽이입니다. 두 다리를 벌려 가랑이 사이로 줄을 타고 앉았다가 줄의 반동을 이용해 줄 위에 다시 섭니다. 쌍홍잽이를 빨리 반복하면 겹쌍홍잽이가 됩니다. 쌍홍잽이는 다양한 기예의 기본이 되는 잔노릇입니다….”

공연 때 선보이는 재담 노래 화려한 기예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잔노릇 하나하나를 구분해 천천히 정확하게 보여 준다. 그러곤 다른 잔노릇과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차례로 말한다. 여느 줄타기 공연에선 들을 수 없는 설명이다.

11일 경기 여주군 세종대왕릉엔 관객의 박수소리 대신 북소리만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고려대 민속학연구소 전경욱 교수 연구팀이 문화관광부(국어민족문화팀)의 의뢰를 받아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전통연희 디지털 사전’에 포함될 영상 촬영 현장이다.

이 사전은 우리 무형문화유산 중 전통연희 자료를 멀티미디어 형태로 집대성한 것. 내년 1월경부터 인터넷 서버로 일반에 시범 공개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기록영상 모음집이 아니다. 전통연희를 탈춤 곡예 판소리 등 9가지 종목으로 나눠 영상 음성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로 소개한다. 전통연희의 구성요소와 기본 동작을 세분해 영상에 담은 것이 가장 큰 특징. 국내서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다.

양주별산대놀이의 깨끼리춤을 검색하면 춤의 유래와 설명뿐 아니라 깨끼리춤 장단과 기본 춤사위 구분동작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전통연희 변천사를 비교할 수 있는 희귀자료도 멀티미디어 형태로 제공된다.

이날은 김 씨의 시연으로 30가지 줄타기 잔노릇을 영상에 담았다. 생각지 못한 장애물이 많다. 삼삼오오 구경꾼이 모여 박수소리가 점점 커진다. 연구원들이 바빠진다. “소음 때문에 다시 찍겠습니다. 얘들아, 조금만 조용히 해 줄래?” 줄타기 촬영은 이날이 두 번째. 10월 첫 촬영 때 자동차와 비행기 소음이 심해 처음부터 다시 찍기로 했다.

김 씨는 “공연 때 호흡과 달라 힘들지만 100년 뒤 ‘줄타기는 이렇게 놀았구나’ 하며 완벽히 재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하니 즐겁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중요무형문화재 2호 양주별산대놀이의 8개 전 과장(科場·현대극의 막에 해당)을 기록하기 위해 10여 차례나 경기 양주시 양주별산대놀이 전수회관을 찾았다. 8개 과장을 다 보여 주는 데 약 8시간이 걸리는데 보존회는 이 중 하루 2, 3개 과장을 골라 공연하는 데다 과장별로 다시 찍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 이와 별도로 석종관 양주별산대놀이 전수조교의 설명과 시연으로 기본 춤사위의 세부 동작을 하나하나 따로 찍었다.

기록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조선왕실의궤는 조선왕실의 행사를 그림과 글로 구체적으로 기록한 덕분에 현재도 조선왕실 행사를 완벽히 재현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하지만 우리의 많은 무형문화유산은 구전으로 전해 오다 맥이 끊겨 사라진 것이 많다고 전 교수는 말한다.

“100년 뒤 전승이 끊기더라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고 전승된 경우엔 어떻게 변형됐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현대의 연극 공연 애니메이션에 문화콘텐츠로 바로 활용할 수 있죠. 이 사전이야말로 ‘21세기형 디지털 의궤’입니다.”

여주=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고려대 민속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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