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기자의 맛있는 테마]서울 신문로 ‘미르’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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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 요즘 일이 많으니 이걸 드시게.”

“웬걸요, 부장님 어깨가 무거우시니 잘 잡수셔야지요.”

게딱지가 두 개의 밥그릇 사이로 네댓 번 오간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부원들은 침이 꼴깍…. 중간에 상으로 떨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젊은 사원은 ‘하나 더 시켜 먹으면 되지, 왜 저런담’이라고 속으로 말한다.

게장을 앞에 놓고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꽃게 다리를 쪽쪽 빨아먹고 흰밥 한두 숟가락을 등딱지에 비벼먹는 맛이 그만인지라 게장을 먹을 때마다 ‘양보전’이 펼쳐진다.

간장게장을 잘하는 집이 몇 곳 있는데 서울 종로구 신문로 ‘미르’도 그 중 하나다. 이 집 게장은 전혀 짜지 않은데다 신선하고 정갈하다. 사장 허정 씨는 “싱싱한 게를 쓰면 특별한 양념을 하지 않아도 달고 고소한 맛이 저절로 우러난다”고 말했다.

게를 마늘 생강 고추 간장 물만으로 만든 국물에 담갔다가 이 국물을 끓여 붓기를 두 차례 한 뒤 손님 상에 낸다. 게의 자연스러운 맛이 나도록 한방 등 다른 재료를 일절 쓰지 않는다고. 게장을 담근 지 3일 만에 내놓으며 너무 오래 담가두거나 여러 번 끓이지 않는 것이 짜지 않은 비결이다.

가자미식해와 찹쌀순대도 이 집의 대표 요리다. 함경도식 가자미식해는 너무 매콤하지도 너무 텁텁하지도 너무 시큼하지도 않은 오묘한 맛이 난다. 한번 먹어 보면 자꾸 손이 가서 너무 많이 먹다 보면 속이 쓰릴 지경이다.

가자미를 소금에 절여 저온에서 1주일 삭히고 조밥과 절인 무,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다시 1주일 저온 숙성해 만든다. 예전에는 북쪽 지방에서 김장할 때 담가 겨우내 먹던 음식이었는데 요즘은 김치냉장고 등이 있어 1년 내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북 출신 손님들도 와서 먹어 보고는 ‘제 맛을 낸다’고 평한다.

찹쌀순대는 돼지 창자를 사다가 밀가루와 굵은 소금으로 여러 번 바락바락 씻어내고 갖은 야채와 찹쌀, 선지 등을 넣어 만든다. 간장 된장 멸치젓 새우젓 등도 허 사장과 어머니가 직접 담근다. 조용하고 깨끗한 분위기 때문에 문화·예술계와 언론계 인사, 공무원 등 단골이 많은 한정식집이다.

된장찌개 생선조림 샐러드 나물 등이 나오는 정식A가 1인분에 7000원, 게장 정식 2만5000원, 가자미식해 1만 원, 찹쌀순대 1만5000원. 두세 사람이 정식A를 시키고 게장이나 가자미식해 순대 등을 한 접시 시켜 같이 먹어도 좋다.

저녁에는 예약을 하면 보쌈 탕 전 계란찜 등 안줏거리도 마련해 준다. 월∼금요일만 문을 열고 평일에도 오후 2시∼5시 반에는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잠시 문을 닫는다. 02-732-0057▶dongA.com에 동영상

맛★★★ 분위기★★ 가격★★ (★★★좋음 ★★보통 ★안 좋음)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 촬영: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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