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특별한 장소 특별한 청혼에 그녀 “좋아요”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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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 하기 좋은 곳

32세 청년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26세의 애인을 생각하며 청혼을 주제로 한 그림 12점을 세 달 동안 그렸다.

가슴 속 빨간 핏줄이 다 드러나는 청혼하는 남성, 냉담한 푸른색으로 속을 도통 알 수 없는 청혼 받는 여성을 그린 그림, 류트를 켜는 남미(南美)인과 말, 축제 속에서 키스하는 신랑 신부…. 이 작품들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드맹 갤러리에 전시됐다. 애인이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자 갤러리에서 청년은 청혼했다.


▲ 촬영·편집 :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올해 4월 결혼한 이성수 조고은 씨의 사연이다.

이 부부는 최근 결혼 6개월 만에 또 다른 버전의 프러포즈 행사를 가졌다. 신부인 조 씨가 “당시에는 그림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지 프러포즈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같은 장소, 같은 그림 앞에서 이번에는 사랑의 맹세를 담은 편지를 읽었다.

프러포즈에 대한 생각은 이처럼 남녀가 다르다. 남자는 90일 동안 준비한 프러포즈였지만 여자는 “결혼해주세요”라는 명확한 말을 원한다. 성별만 아니라 세대나 애인 유무에 따라 프러포즈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 사랑을 위해 당연하지 vs 나중에 바가지 긁히기 싫어서

본보가 13∼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과 함께 20∼50대 남녀 717명에게 프러포즈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그 결과 여성들은 71%가 이벤트 비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프러포즈는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남성들은 65%만 이같이 대답했다.

프러포즈하는 이유에 대해 애인이 있는 여성은 전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당연히’라고 답했다. 남성은 93%만 같은 대답을 했다. 남성이 꼽은 다른 이유는 ‘안하면 눈치가 보여서’, ‘바가지 긁히기 싫어서’ 등이었다.

애인이 있는 여성 가운데 직접 프러포즈하겠다는 사람은 45%나 됐다. 하지만 이는 20, 30대의 이야기였다. 40, 50대 여성은 ‘프러포즈는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영화 따라하기 형-야구장에서 청혼을


▲ 촬영·편집 :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김자영(26) 씨는 8월 말 남자 친구와 함께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고 있었다. 김 씨는 여름감기에 걸려 일찍 일어나자고 재촉했지만 남자 친구는 다정다감한 평소와 달리 “조금만 더 보자”며 꾸물댔다. 5회가 끝나고 김 씨가 짐을 챙기는 사이 잠실야구장 전광판에 두 사람의 사진이 떴다.

관중의 환호 속에 두 사람은 무대로 나갔고, 수천 명이 “결혼해!”를 외치는 가운데 프러포즈가 이뤄졌다. 이 커플은 다음 달 17일 결혼한다.

“너무 당황하고 몸이 아파 얼떨떨한 느낌밖에 없었어요. 나중에 대학 동창이 ‘야구장에서 봤다’며 축하의 전화를 걸어 왔을 때야 프러포즈 받았다는 사실을 실감했어요.”

○ 다짐형-편지 읽어주는 남자

‘편지 읽어주는 남자’는 이성수 씨만 아니다.

결혼 전 14년간 사귀었고 프러포즈만 4번을 주고받은 김경모(36) 금윤경(34) 씨 부부도 첫 번째 프러포즈에서 편지를 읽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과정부터 사귀면서 들었던 생각을 꼼꼼히 적은 뒤 결혼하자는 것으로 끝나는 ‘정말 진짜 순정’의 러브레터.

하지만 매번 결혼하려고 할 때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고 죄 없는 프러포즈 반지만 4번에 걸쳐 금 씨 손가락에서 들락날락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 결혼에 성공했다.

○ 기본형-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속 반지


▲ 촬영·편집 :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호텔이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는 미리 부탁하면 청혼 반지를 넣은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준다.

한대중(32) 씨는 아내 김은선(31) 씨의 생일을 앞두고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탈리아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올 4월 결혼 전에 생략했던 프러포즈를 했다.

레스토랑 가운데 정원이 있어 야외 분위기도 나는 보나세라는 미리 예약하면 ‘프러포즈 메뉴’를 따로 준비해준다. 하트모양의 케이크와 반지를 넣은 아이스크림도 준비된다. 음식값은 1인당 4만8000원(세금 별도)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며 실비를 내면 꽃도 준비해 준다.

김 씨는 “원래 이벤트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은 기쁘다”고 했고 한 씨는 “평생 웃게 해 주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미술관 겸 레스토랑 ‘더소호’, 서울 중구 예장동의 ‘촛불1978’도 커플이 프러포즈를 자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 야경 전망형

12월 9일 결혼하는 천준석(32) 최정미(29) 씨 커플의 청혼은 신라호텔 프랑스 레스토랑 ‘콘티넨탈’의 청혼 전용룸인 로즈룸에서 이뤄졌다. 이 레스토랑은 23층에 위치해 남산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일품이다. 하지만 로즈룸은 어스름녘에 이용해야 좋다. 날이 완전히 캄캄해지면 시내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다른 자리가 더 낫다. 가격은 8만∼14만 원대(세금 봉사료 별도)로 비싼 편이지만 청혼의 순간을 평생 간직하도록 메뉴판에 커플의 사진과 남자친구의 청혼 내용을 적어서 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52층 레스토랑 ‘마르코폴로’는 병풍처럼 둘러싸인 서울 시내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천장의 높이가 6∼8m로 높고 계단식으로 돼 있어 창가에 앉지 않아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탈리아식 6만5000∼8만5000 원, 중식 8만∼15만 원대(세금 별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의 16층 ‘스타라이트’는 프러포즈 디너 상품이 따로 있다. 프러포즈 순간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커플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온다. 2인 기준 35만 원(세금 봉사료 별도).

○ 통째 대여형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의 ‘더 베이 카페’는 프러포즈 연인에게 카페를 통째로 빌려준다. 친구들과 함께 이벤트를 열면 좋다. 음식만 주문하면 5만∼10만 원, 카페를 통째로 빌리면 60만 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인 뉴욕’은 아예 테이블이 하나만 있다. 6만∼8만 원. 서울 양천구 목동의 ‘라무르’도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다. 7만 원선.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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