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돌연<돌아온 연극열전>’… 겨울 대학로가 끓는다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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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열전, 위하여!”

우렁찬 외침과 함께 소주잔들이 허공에서 힘차게 부딪쳤다. “위하여!”

16일 오후 8시.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 만큼 바쁜 얼굴들이 대학로의 한 음식점에 모여들었다. 박근형 김낙형 이해제 황재헌 등 요즘 대학로에서 잘나가는 스타 연출가들을 비롯해 배우 조재현, 영화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 영화 ‘바르게 살자’ 개봉을 코앞에 둔 장진 감독까지. 이들이 뭉친 이유는 하나. 침체된 대학로에 활기를 불어 넣고 연극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다. 2004년에 이어 다시 막을 올리는 ‘연극열전2’로.

○ 더 화려해진 ‘연극열전2’

이날은 ‘2008 연극열전2’에 참가하는 연출가들끼리 상견례를 하기 위한 첫 만남이자 공식 출범을 알리는 자리. ‘2008 연극열전2’는 12월 7일부터 2009년 1월 4일까지 1년이 넘는 기간에 총 12편의 연극을 릴레이로 무대에 올려 대학로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연극열전2’의 참가작과 작품별 주요 캐스팅도 이 자리에서 처음 공개됐다.

프로그래머 역할을 맡은 조재현은 “지금까지 확정된 1차 라인업이고 조만간 두세 작품을 추가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화려한 스타 캐스팅이 두드러졌다. 영화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황정민을 비롯해 나문희 이순재 문성근 심혜진 유지태 지진희 문소리 장현성 추상미 고수 김강우 등 스크린과 TV로 친숙한 스타는 물론 박철민 서현철 고수희 엄효섭 등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활약하는 낯익은 얼굴도 눈에 뛴다. 특히 ‘잘 자요, 엄마’에 출연하는 나문희의 연극 출연은 10여 년 만. 조재현은 “이번이 정말 연극을 살리는 마지막 발버둥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정도의 연출진과 배우 캐스팅인데도 안 되면 연극의 미래는 어둡다고 본다”고 말했다.

1980, 90년대를 대표하는 대극장 연극들이 절반을 차지했던 2004년의 연극열전과 달리 ‘연극열전2’는 모두 소극장 연극이다. 조재현은 “2004년 당시 연극열전이 대학로 관객을 모두 뺏어갔다는 말을 들었을 만큼 성공했는데도 3억5000만 원이나 적자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연극열전2’는 적자폭이 컸던 대극장 공연 대신 알찬 소극장 공연들로만 꾸몄다”고 말했다.

2004년 연극열전에서 ‘에쿠우스’의 앨런 역을 맡아 관객들이 뽑은 최고 인기 배우로 꼽혔던 조재현은 이번에는 젊은 작가 박춘근이 쓰고 김낙형이 연출하는 신작 ‘민들레 바람 되어’에 출연한다.

○ 14개월의 대장정

‘연극열전2’의 첫 주자는 ‘서툰사람들’을 연출하는 장진 감독. 장 감독은 “‘서툰 사람들’은 스물세 살 때 내가 쓴 작품인데 여러 연출가가 꾸준히 공연해 왔지만 정작 나는 이 작품을 한 번도 연출해 보지 못했다”며 “드디어 이번에 연출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2004년 ‘연극열전’ 당시 대극장 연주중 최고 객석점유율을 보였던 작품은 장 감독의 ‘택시드리벌’로 99.5%였다. 장 감독은 “‘서툰사람들’은 1995년 당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 역대 최고 점유율(200%)을 기록했다”며 슬쩍 이번 작품 홍보도 잊지 않으면서 “이번 ‘연극열전2’도 내가 첫 테이프를 잘 끊어서 대학로 분위기를 들썩들썩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에서 감초 역을 톡톡히 해내 인기를 모았던 배우 박철민, 박원상과 다시 뭉쳐 연극 연출가로 데뷔한다. 그가 고른 작품은 ‘늘근도둑이야기’. “늘 연극 연출을 하고 싶었다”며 “‘늘근도둑이야기’는 학창(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시절에 연출해봤던 작품인데 꼭 한 번 이 작품을 연극 무대에 올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열전2’에 참가하는 연출가는 2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0대. 가장 연장자인 연출가 박근형은 신작 ‘돌아온 엄사장’을 선보인다. 호평을 받았던 연극 ‘선착장에서’의 속편 격인 작품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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