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소문이 사람 잡는대… ”…‘소문’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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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제공 열대림
그림 제공 열대림
◇소문/미하엘 셀러 지음·김수은 옮김/344쪽·1만4800원·열대림

2005년 말, 뮌헨의 사기꾼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가난한 어느 노부부가 수백만 유로의 로또에 당첨되어 그 돈을 침대 밑에 감춰 놓고 산다는 것이었다. 사기꾼들이 돈 앞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사기꾼들은 노부부를 찾아가 거짓 신세 한탄과 함께 “돈을 좀 보태 달라”고 부탁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선단체로 가장해 “자선기금을 좀 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또에 당첨된 적이 전혀 없는 노부부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소문을 부인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소문을 더 확고하게 믿는 것 아닌가. 급기야 부탁을 거절당한 한 남자가 앙심을 품고 노부부의 자동차를 불태워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 부부는 엄청난 시달림 끝에 결국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소문은 무섭다. 한 가정을 파괴해 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우리는 늘 소문 속에서 살아간다.

이 책은 소문에 관한 모든 것을 살펴보았다. 저자는 독일의 유명 변호사. 소문은 어떻게 생기는지, 사람들은 왜 소문을 퍼뜨리는지, 소문은 사람들과 사회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소문에 맞서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지 등 소문의 다양한 측면을 다뤘다. 소문에 의한 피해 사건을 많이 보아온 변호사답게 실제 사례를 풍성하게 소개해 놓았다.

소문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나 정보 △우발적이며 비조직적인 경로를 통하여 전달되는 연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뜻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을 거론하면서 그 소문을 사실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피해는 심각하다.

2005년 8월 이라크 바그다드. 수십만 명의 이슬람교도가 티그리스 강 근처 사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군중 속에서 갑자기 “자살특공대가 있다”는 외침이 들려 왔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수천 명이 다리를 건너 도망치다 일부는 밟히고 일부는 다리에서 떨어졌다. 그렇게 1000여 명이 죽었다. 물론 자살특공대는 없었다.

저자는 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에 의한 소문 유포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코카콜라에 코카인이 들어 있다는 소문 등 다양한 사례도 재미있지만 소문에 대한 대처 방법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소문은 막을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삶의 일부다. 그러나 현명한 대처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선, 소문이 났을 때 소문의 당사자(피해자)는 일단 침묵하라고 권한다. 공식적 부인이 필요할 때가 되면 최대한 설득력 있는 외부 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부주의에 의한 소문인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한 소문인지를 판단해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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