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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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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빌려 달라고 하지만 빌려 가면 절대 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빌려줄 수 없다.”(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해외에 약탈된 이집트 문화재 5점의 대여를 놓고 최근 이집트와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집트가 해외에 약탈당한 자국 문화재 가운데 ‘베스트 5’를 선정해 이들 유물을 소유하고 있는 4개국에 대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
이집트가 이들 유물을 빌려 오려는 것은 2010년 나일 강 유역에 들어서는 아툼 박물관과 2011년 카이로 기자지역 피라미드 옆에 들어서는 뉴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의 개관전의 전시를 위해서다.
5점의 유물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계기가 된 로제타석(영국 브리티시 박물관 소장) △고대 이집트 파라오(왕) 아멘호테프 4세(이크나톤)의 부인인 네페르티티 흉상(독일 알테스 박물관) △고대 이집트의 달력의 일종이었던 덴데라 사원의 12궁도(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 △쿠푸 피라미드 설계자로 알려진 헤미운누 상(독일 뢰머펠리자우스 박물관) △피라미드 건축가 안카프 흉상(미국 보스턴 미술관)이다.
현재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은 네페르티티 흉상. 1913년 독일 고고학자들이 카이로 남부에서 발굴해 독일로 약탈해 갔다. 독일 문화부의 ‘대여불가’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 조각상을 베를린에서 카이로까지 4800km 이상이나 운반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게다가 유물을 빌려 주면 이집트는 돌려주지 않을 것이다…유물의 전문가는 독일에 있으니 유물도 독일에 있어야 한다.”
독일이 거부하자 이집트 문화재위원회의 자히 하와스 위원장은 “독일 내에서의 이집트 유물 전시를 모두 무산시켜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하와스 위원장은 2003년 독일의 알테스 박물관이 네페르티티 흉상을 여성 누드상 위에 올려놓은 전시를 기획하자 “네페르티티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력 항의해 전시 철회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하와스 위원장은 이번에도 다양한 압박을 가해 유물 대여를 성사시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미국도 유물을 빌려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자국 박물관의 관람객이 줄어들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자 하와스 위원장은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이들 나라에 대해 문화재 대여 거부 운동을 벌이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가 야심 차게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뉴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과 아툼 박물관. 이들 박물관에 해외 소재 이집트 문화재 베스트 5가 과연 전시될 수 있을지. 세계 고고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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