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마음에 새겨진 풍경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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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도량에 나가 서 본다. 바람이 옷소매를 낚아채는 것만 같다. 어디로 가자는 것인가. 순간 나도 바람이 되어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이 막연한 떠남에 대한 설렘. 그것은 내가 중이 되고 싶었던 첫 번째 이유였다. 그러나 나는 지금 얼마나 떠남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가. 집착에 근거한 내 삶의 자리가 바람 속에서는 선명하게 보인다.

가슴속에는 있으나 실현하지 못하는 떠나는 삶. 그것은 언제나 내 삶의 갈등으로 떠올라 나를 서성이게 한다. 떠남이 내가 되고 내가 떠남이 되는 날은 언제일까. 그날이 궁금하다.

어쩌면 떠남은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향수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것이 또한 우리들의 삶이다. 그러나 떠남이 꼭 몸의 떠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떠남에는 몸의 떠남과 마음의 떠남이 있기 때문이다.

몸은 떠날 수 없어도 마음은 언제나 떠날 수 있다. 현실에 구속돼 있다는 것은 마음의 떠남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마음의 떠남에 눈을 뜰 수 있다면 우리들 삶의 모습은 얼마나 온화하고 자유로운 것이겠는가.

떠남은 언제나 풍경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그것에는 눈의 풍경과 마음의 풍경이 있다. 어쩌면 마음으로 만나는 풍경은 눈으로 만나는 풍경보다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눈의 풍경이 스침과 주어짐이라면 마음의 풍경은 머묾과 창작이다.

탐욕이라는 불같은 마음을 떠나 나눔이라는 마음을 향해 떠나 보라. 분별이라는 좁은 마음에서 평등이라는 넓은 마음을 향해 길을 떠나 보라. 고뇌에 찬 주의와 주장에서 진리라는 마음의 별을 향해 길을 떠나 보라. 그때 우리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의 풍경들을 만나겠는가.

마음의 떠남은 자유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꽃을 만나면 꽃이 되고 별을 만나면 별이 되고 외로운 이웃들을 만나면 눈물이 되는 사람은 진정 떠남을 성취하고 있는 사람이다. 떠남이 더는 향수가 되지 않는 사람이 진정 자유인 아닌가. 마음으로 그려가는 풍경에 눈뜰 수 있다면 우리들 얼마나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의 사람들이 되겠는가.

오늘 우리 각자의 마음에 그려진 풍경은 무엇인가. 부디 행복한 미소를 그릴 수 있는 풍경이었으면 좋겠다.

성전 스님 남해 용문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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