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의 만화방]박흥용 ‘내 파란 세이버’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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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용의 ‘내 파란 세이버’(사진)는 소년의 로망을 다룬 작품이다. 내리막길에서 미끄럼을 타며 스피드를 즐기는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사이클 경주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기까지를 그리고 있다. 이 만화는 민요 ‘청춘가’를 개사한 일제강점기 구전가요처럼 ‘떴다. 보아라∼ 안창남의 비행기, 내려다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로 시작해서 ‘아가씨야 이 마음 잊지 말아라∼ 번개처럼 사라지는 청춘이란다’로 끝난다.

한 많은 부모 세대의 ‘이팔청춘가’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통한 도전과 질문, 승부와 답변을 찾아가는 성장드라마다. 주인공 최대한은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코흘리개다. 소년 앞에 어느 날 자전거를 탄 소녀가 나타난다. 자전거 기술을 가르쳐 주는 소녀도 나타나고 고비 때마다 응원해 주는 소녀도 나타난다. 심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할머니와 어머니도 있다. 주인공은 여성 조력자들에 의해 외적 성장을 거듭한다.

사이클 선수가 되어서 지역대회에 나가고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쉽지 않다. 실력은 있지만 공인받지 못했다. 바람을 가르는 육중한 체구의 초특급 고교생으로 성장했지만 불쑥 터지는 불행한 현실이 그의 질주를 막아선다. 급기야 고교생 신분으로 불법 경륜경기에 나서지만 이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국민 생활 스포츠로 자전거가 각광받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 자전거는 소년의 성장을 상징하는 대리물이자 소년의 힘이고 꿈이다. 안장에서 내리면 어린 소년이지만 자전거와 하나가 되어 페달을 밟으면 자기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아서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그때, 번개처럼 사라져 버릴 청춘의 한때에 소년은 자전거의 힘을 빌려 꿈을 이루기 위해, 성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운다.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박흥용은 이전 작품에서 정치적 현실에 대한 비판과 불완전한 자아에 대한 구도자적 성찰을 보여 줬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호두나무 왼쪽 길로’로만 가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만화계와 평단의 극찬을 받았지만 너무 철학적이어서 대중성이 약했다. 반면 이 작품은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창작됐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마음먹은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박흥용 만화’의 매력적인 꼬리표는 그대로다. 칼을 든 구도자, 히피 차림의 구도자에서 자전거 바퀴를 돌리는 하이틴으로 주인공이 바뀌었을 뿐 작가는 여전히 주인공과 독자에게 질문한다. 깊은 독서와 나름의 해석을 통해 답하기를 기다린다. 그 관계가 불편하지만 낮아진 문턱 때문에 그만한 흥미와 답을 찾는 개운함이 있다.

박석환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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