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출판업계 간담회… ‘매대 판매’ 싸고 뜨거운 설전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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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교보문고가 출판사 영업부장을 상대로 마련한 간담회. 참석자가 늘어나면서 예비 의자를 수십 개 배치해도 모자랐다. 홍진환 기자
18일 오후 교보문고가 출판사 영업부장을 상대로 마련한 간담회. 참석자가 늘어나면서 예비 의자를 수십 개 배치해도 모자랐다. 홍진환 기자
“베스트셀러 순위를 없앨 생각은 없습니까.”(모 출판사 영업부장)

“신뢰가 중요하지, 베스트셀러 발표가 문제는 아닙니다.”(교보문고)

18일 오후 서울 교보문고 본사 문화이벤트홀.

이곳에서는 교보문고와 출판사 영업부장이 함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출판계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교보문고가 마련한 자리인 만큼 업계 전체의 이목이 쏠렸다. 200여 명이 참석해 베스트셀러나 매장 광고, 사재기 등 최근 논란이 된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는 질문이 쏟아졌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속칭 ‘매대 판매’. 이는 출판사에서 일정 금액을 부담하고 서점 매장의 진열 공간을 대여하는 방식을 뜻한다. 출판사 측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대형서점들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이다.

교보문고 측도 이날 “있은 적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출판사 측은 “오프라인(매장) 광고 자체가 간접적 매대 판매 아니냐”며 “그런 광고를 안 하면 책의 노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교보문고 김성룡 전무는 “일본의 마루젠이나 이탈리아의 라 펠트리네리 등 해외 대형서점도 오프라인 광고를 유치한다”며 “출판사 간의 형평성 문제나 진열 방식 등은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대답했다.

교보문고가 집계하는 베스트셀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한 출판사 영업부장은 “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가 출판업계를 좌지우지한다”고 지적했다. 교보문고는 “출판협회 등과 공통의 룰을 만들고 있다”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없애는 게 문제가 아니라 출판사와의 투명한 공조가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과도한 경품 경쟁과 사재기에 관해선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혔다. 교보문고는 “사재기가 2회 이상 적발되면 출판사를 공개하고 거래를 끊겠다”고 천명했다. 경품행사도 오프라인 영업점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의 이규선 출판팀장은 “함께 문제점을 논의했다는 의의는 있으나 교보문고와 출판사 간의 현실 인식에 심각한 차가 있음을 보여준 자리”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의 마당을 마련해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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