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가짜 박사’ 파문 곤혹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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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4일 동국학원 이사회. 영배 스님의 이사 재선임을 둘러싸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류 측은 용역과 경비요원을 동원해 비주류의 이사회장 진입을 막았고 통도사에서 올라온 30여 명의 스님이 소화기를 뿌리며 이사회장 진입을 시도했다. 주류의 핵심은 영배(현 이사장) 영담(현 이사) 스님이었고, 비주류 측은 지관(현 조계종 총무원장) 장윤(전 이사) 스님이었다.

2007년 2월 동국학원 이사회. 장윤 스님이 “신정아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이 위조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5월 이사회에서 장윤 스님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이사직에서 해임된다. 장윤 스님의 주장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고, 그는 동국학원 이사회의 신 씨 비호 의혹을 제기하며 영배 영담 스님을 압박하고 있다.

동국대는 물론 불교계까지 발칵 뒤집어 놓은 신 씨의 가짜 학위 파문. 여기에는 이처럼 뿌리 깊은 내부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조계종단에는 두 개의 막강한 세력이 존재한다. 총무원과 동국학원 이사회다. 조계종을 대표하는 총무원의 경우 지관 현 총무원장을 지지하는 ‘직지사단’이 ‘여당’에 해당한다. ‘보림회’ 소속으로 분류되는 영배 영담 스님은 ‘야당’이다. 하지만 동국학원 이사회에서는 이 같은 관계가 역전된다. 총무원장을 배출한 직지사단이 소수파다. 신 씨의 문제를 제기한 장윤 스님은 직지사단의 일원이다.

동국학원 이사회는 원래 직지사단의 주무대였다. 직지사 회주인 녹원 스님이 세 차례나 이사장직을 연임했다. 하지만 1998년 개혁정화회의 분규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총무원장 선거에서 보림회 측이 승리하면서 양측은 결정적으로 틈이 벌어졌다.

이때부터 동국학원 이사회의 기류도 바뀌었다. 2002년 녹원 스님이 이사장직에서 사퇴하자 영배 영담 스님이 밀었던 정대 스님이 이사장에 취임했다. 절치부심하던 직지사단은 2003년, 2006년 총무원장 선거에서 법장 스님과 현 지관 스님을 밀어 당선시켰다. 총무원과 동국대의 ‘여야’가 지난 10년 사이 자리바꿈을 한 셈이다.

양측 간에 투서·진정·고소 고발도 꼬리를 물었다. 장윤 스님이 앞장섰던 동국학원의 중앙대 필동병원 매입과정 비리의혹 제기로 검찰이 동국학원 이사회에 대해 수사를 벌었으나 무혐의 처분됐고, 영배 스님 이사 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장윤 스님의 교육부 탄원으로 비롯된 행정소송 등도 있었다.

올해 들어 지관 총무원장과 영배 영담 스님 간에는 화해의 메시지가 오고갔다. 지관 총무원장이 종무회의 석상에서 영담 스님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했고, 영담 스님 측도 지관 총무원장에 대해서는 비난이나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지관 총무원장은 조계종 내 대표적인 학승으로 덕망을 인정받고 있고, 영배 영담 스님 역시 도덕성 측면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인물이란 점에서 이번 신 씨 파문은 양측 모두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총무원 기획실장 승원 스님은 “원장 스님은 동국대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며 “종단 화합과 평화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고 있는 만큼 종단이나 불교계 전체를 위해 모두들 한발씩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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