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집-맛의 비밀]목포 ‘고기잡이’ 갈치구이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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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생물 갈치만 사용… 흰비늘 살려 구워내 껍질 맛이 별미

갈치는 이제 꽤 비싼 생선이 됐다.

갈치 요리를 잘한다는 식당에 가서 조림을 시키면 서너 토막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중 굵은 토막은 아이들의 몫이다. 아이들의 잽싼 젓가락질에 작은 토막이라도 돌아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갈치는 생김새가 기다란 칼 모양을 하고 있어 예로부터 도어(刀魚) 또는 칼치로 불렸다. 지방에 따라 다른 이름도 생겼다. 경남 통영에서는 빈쟁이라고 하고, 전라도에서는 어린 새끼를 풀치라고 한다.

전남 목포시 대성동 ‘고기잡이’(061-274-4116)는 어른 팔뚝만 한 갈치로 유명한 구이전문점이다.

○ 주인장(최문자 씨·59)의 말

바깥양반이 수협 어판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생선을 자주 갖고 왔습니다. 그럼 집에서 전에 어머니가 하시던 대로 연탄불을 이용해 생선구이를 했지요. 생선을 석쇠에 올리고 굵은 소금을 뿌려 구우면 ‘딸 년’ 셋이 숨도 안 쉬고 밥을 먹더군요.

생선 굽는 냄새가 끊이지 않았죠.(웃음) 그러던 차에 15년 전 쯤 아예 가게를 차렸습니다. 갈치, 병어, 민어 등 안 굽는 게 없는데 갈치가 가장 많이 나갑니다.

우리 집은 냉동 생선을 쓰지 않습니다. 푸석푸석하고 씹히는 맛이 좋지 않아요. 크기는 40∼50cm 이상 되는 것만 씁니다. 외지 손님들은 무슨 갈치가 이렇게 굵으냐며 깜짝 놀라죠.

일단 민물에 한 번 가볍게 씻어낸 뒤 압해도산 왕소금을 골고루 뿌립니다. 여러 지역 소금을 써 봤는데 신안 압해도 소금이 최곱디다. 중국산이나 다른 지역 소금은 이상하게 쓴맛이 나요.

갈치를 손질하면서 흰 비늘을 긁어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제 구우면 갈치의 껍질 맛이 별미죠. 중간불에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워 상에 냅니다.

○ 주인장과 식객의 대화

▽식객=갈치 굵기에 놀랐습니다. 이 정도면 젓가락 들고 싸울 일이 없겠네요.

▽주인장=목포는 갈치축제로 유명한 데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는 것은 대부분 씨알이 작죠. 우리 집에서 쓰는 것은 조금 더 먼 곳에서 긴 주머니 모양의 통그물, 안강망을 이용해 잡은 겁니다.

▽식=밑반찬으로 나오는 황석어와 갈치조림만 해도 서울에서는 몇 만 원씩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웃음) 그거야 인심인데 돈 받을 수 있나요.

▽식=요즘 어떤 생선이 많이 나갑니까.

▽주=철마다 조금씩 다른데 우리 집은 갈치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식=10월 갈치는 돼지 삼겹살보다 낫고, 은빛 비늘은 황소값보다 높다는 말이 있던데요.

∇주=그렇죠. 날씨가 추워지면 갈치는 없어서 못 팔게 됩니다.

∇식=갈치조림만 해도 일품입니다. 갈치를 먹은 뒤 무와 감자에 조림 양념만 해도 밥 한 그릇 쉽게 비우겠네요.

∇주=갈치란 ‘놈’이 사람 입맛에 잘 맞는 생선입니다. 회, 구이, 조림 등 어떻게 요리해도 입안에 착착 감기거든요.

갈치구이 1인분 1만 원.

목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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